"위기는 기회"...한국 기업들 위기 돌파 의지 보여준 것은 다행

▲ 새해에는 '전화위복'과 '양극화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전경.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 때 잘 대처하는 사람이나 나라는 위기상황 종료 뒤 더 큰 도약을 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나라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 '그런 중대 고비'가 아닌가 생각된다.

2018년 연말 많은 기업이 인사를 단행했다.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 등 다른 기업들도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그룹들도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분위기 쇄신, 새로운 4차산업 시대에 부응하려는 몸부림, 글로벌 경기 둔화우려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 등 작금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연말 인사 흐름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인사개편을 진행 중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바꿨고 경제부총리도 교체했다. 새해엔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한 추가 인적 개편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대기업들이 물갈이를 단행했고 문재인 정부 경제계 인사들도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되는 상황에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상황이 예측불허인 만큼 새로운 인물들을 내세워 위기를 극복해 가겠다는 의지를 정부와 경제계가 내보인 것이다.

지금 나라 밖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에 이어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무제한 돈풀기식 경기부양)를 종료한 상황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본은행도 마냥 나홀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재선 준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도 크게 달라진 것이 아직은 없다.

새해엔 여러 역동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대형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강행 여부, 미-중 관계 악화 지속 여부 등 일부 변수는 한국과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크게 걱정 했던 일부 악재가 호재로 둔갑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미국-중국이 정면대결을 지속할 경우 이는 최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충돌을 완화할 경우 이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현재 미-중 관계와 관련해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치-경제 이슈가 얽혀 있다. 그러나 미국-중국 양측이 격한 대결로 인해 너무 많은 피를 흘리게 되면 그들 또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이미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2025 제조업 계획 수정, 미국산 곡물 수입 재개, 미국산 자동차 관세 손질,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의 카드를 내밀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증시 추락으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트럼프 지지율이 급기야 40% 아래로 추락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서려 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중국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자랑한 것도 ‘위기 관리’ 차원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최근 청와대에 남한 방문 등과 관련한 친서를 보내고 이것이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조절된다면 그 또한 트럼프에겐 힘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새해에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백악관이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는 여전하다”고 해명한 것도 눈길을 끄는 뉴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최근 “미국의 향후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은 한국에도 나쁠게 없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일부 거대 불확실성만 걷힌다면 그간 움츠러들었던 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을 수도 있다. 최근 JP모건이 “미국증시가 새해 3개월간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것은 글로벌 상황 호전을 점친 대표적인 진단 중 하나다.

아직은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불확실한 것이 많다는 것은 그 악재들이 호재로 변할 경우 글로벌 시장 및 경제에 새로운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불확실성이 많을 때 한국의 재계나 금융권이 연말 인사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위기 극복’을 위한 큰 의지를 실천해 나갈 경우 이는 실로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한국은 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 속에서도 한때 강한 경제를 이끌었다. 그 저력이 아직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본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이때 글로벌 국가 중 일부는 쇠락하고 일부는 더 큰 도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이끄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연말 재계와 금융계가 물갈이 인사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 것들이 우리에겐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국의 경제주체들이 신경써야 할 게 있다. 한국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때 부자와 대기업의 상황 극복 여력은 덜가진 사람들 및 중소기업 보다 아주 클 수 있다. 그 경우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 주요 기업이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서민 등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역점을 뒀으면 하는 주문도 해 본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 약자가 소외되거나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게 우리의 또다른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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