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절벽, 출산절벽을 반영하는 시대적 아픔...제대로 된 경제정책 운영하라는 경고

▲ 서울 중구 제일병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새해 벽두부터 '제일병원 폐업 위기' 관련 뉴스가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탤런트 이영애씨가 제일병원 인수 컨소시엄에 동참한다는 뉴스가 관심사다.

제일병원이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대표 여성병원, 대표 산부인과 병원 아니었던가. 새해벽두부터 아기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야 할 제일병원에서 ‘폐업 위기를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들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의 큰 딸도 지난 1990년 정월 초 이곳에서 태어났다. 당시 병원에선 아기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제일병원이 문닫을 위기를 맞았다는 건 경영 잘못도 크겠지만 한국의 결혼절벽, 출산절벽, 인구절벽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것이어서 더욱 가슴 아프다.

누군가 이 병원을 인수해서 다시 아기 울음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일어서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우리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젊은이들의 일터가 늘어나 결혼도 많이 하고 출산도 많이 하는 나라가 되어 이 병원을 찾는 여성들의 발길이 다시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새해 첫날 동아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제일병원 폐업 위기 소식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새로운 경종을 울려준다.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60.4%라고 했다. “경제정책을 잘못했다”는 응답은 20대 부터 60대 이상 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절반을 넘어섰다고 했다. 이영자(이십대, 영남, 자영업자) 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은 이번 조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일자리가 부족해 젊은이들의 설 땅이 줄어들고 있는 나라. 그래서 청년실업자가 많아 근심이 커지고 있는 나라.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결혼하는 젊은이가 줄고 결혼을 해도 출산을 꺼리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인구절벽이 걱정되는 나라가 되었다. 제일병원 폐업 위기는 이런 시대적 아픔을 반영한다.

이제 말로만 외치는 경제부활은 그만 하자. 우리 경제를 살릴 제대로 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발표되는 일자리 정책이 답답하다. 지난해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만 투입되면 일자리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추경을 투입하고도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올해에도 예산을 조기 집행해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 그러나 예산, 세금 집행을 강조하는 것 외에 청년들에게 미래 희망을 안겨 줄 그런 근본적 일자리 정책은 뚜렷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적자 국채 강요 의혹’이 기획재정부에서 폭로되는 등 나라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활동을 늘리도록 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세계적 기업들과 싸울 수 있는 첨단 산업을 늘려가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같은 ‘소탐대실’ 행위를 중단하고 중소협력업체들이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도록 진정한 상생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거래 속에 활기를 되찾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거나 못하는 청년들에겐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 줘야 한다. 중국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든다는데 한국에서는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이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학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청년 창업을 늘리기 위해선 교육현장의 커리큘럼 등에도 대대적인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언론학과 출신은 신문사나 방송사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1인 미디어 시대에 1인 미디어 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새해엔 청년 일자리 만든답시고 추경타령, 세금타령이나 하는 일이 더는 강조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 더 뽑겠다는 식의 발상도 더는 강조돼선 안된다. 경제정책을 짜는 분들은 좀 더 고민하고 제대로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만들어 내는데 몰입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삼성,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등 굴지의 재벌그룹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기업은 총수가 이런저런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듯한 일도 있다. 이들 기업이 제대로 된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지도 살필 때가 됐다고 본다.

행여 총수의 위기모면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계획만 발표하고 실행하지 않거나 못하는 대기업이 있다면 그 또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도 이들 대기업이 약속한 투자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해 준다면 그 또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나라의 젊은이들이 활기를 찾아야 그들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제일병원의 위기는 우리의 시대적 아픔이다. 여기엔 경제정책을 이끄는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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