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 "엔화 급변, 애플 쇼크 또는 컴퓨터 작동 문제 등 원인 놓고 분분"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의 엔화환율 급등락을 진단해 눈길을 끈다. 애플 쇼크 여파, 컴퓨터 시스템 문제 등 급등락 원인을 놓고 의견도 분분하다고 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새해 벽두부터 엔화환율이 급변동하는 것은 '불길한 징조'일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주목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3일(유럽시각) “새해가 시작되기 무섭게 일본 엔화의 급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당황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외환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그랬는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2019년이 시작되자 마자 하루 거래량 51조달러 규모의 외환 시장에서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목요일(주요국 3일 현재) 일찍 아시아 시장 거래에서 시작된 일련의 통화들의 갑작스럽고 격렬한 움직임을 감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2일(영국시각) 런던 시간으로 오후 10시 40분 경, 엔화의 가치는 불과 8분 만에 달러 대비 3% 이상 급절상됐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환율 중 하나인 이 움직임의 격렬함은 빠르게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것을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로 묘사하게 했다. 외환 시장의 이전 격변과 달리, 이 움직임은 달러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엔화는 일부 신흥국 통화뿐만 아니라 호주 달러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모의 움직임을 보였다. 첫 번째 거래 참가자가 지적한 것은 그날 거래일 그 시점의 작은 거래량이었다. 일반적으로 외환시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뉴욕 트레이더들이 사무실을 나가고 상대방인 도쿄 트레이더들이 사무실에 도착하는 그 시간은 항상 투자자들이 가능하면 거래를 기피하는 시간이었다. 마녀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은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의 뉴욕 시간을 가리킨다. 이번에는 도쿄가 공휴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거래량이 부족했다.
 
아시아 한 대형은행의 트레이더는 파이낸셜 타임스를 통해 “유동성이 너무 작기 때문에 모든 일이 마녀의 시간 동안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그 시간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또 다른 플래시가 터질 수 있는 모든 재료가 거기에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애플 쇼크도 환율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애플은 수요일(미국시각 2일) 미국 증시 종료 직후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분기 수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애플의 경고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초점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통적인 안전 통화인 엔화의 급격한 상승은 어느 정도 이치에 맞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의 시점과 중국 통화의 호가 부재는 애플의 경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쏟아 붓는 통화인 스위스 프랑이 거의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 선호도의 전반적인 악화도 원인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기관 통화 딜러들을 위한 시장 해설 플랫폼인 InTouchFX의 리 올리버(Lee Oliver) 대표는 ‘애플의 이익 경고는 외한시장에 엄청난 광란을 일으켰지만, 애플 뉴스가 시장이 붕괴되기 약 1시간 전에 나왔다는 점을 언급할 가치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아문디 자산운용 관계자도 “애플의 경고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지만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환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호주의 한 자산운용사에 따르면, 만약 엔화환율 급등락이 애플의 발표에 따른 것이라면,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외환 거래의 미래는 더 걱정스러울 전망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호주 연기금인 QIC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튜어트 시몬스는 “단 몇 몇 통화의 집중되고 과장된 가격 움직임과 이러한 움직임의 규모는 펀더멘털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며 시장기능의 붕괴를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외환시장의 경우 사전에 정의된 수준과 결과에 근거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전략이 실행되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거래를 정지하고 외환시장에서 시장을 형성하는 은행의 능력을 축소시키는 등 알고리즘의 기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함 탈퇴) 찬반 투표 몇 달 후인 2016년 10월, 파운드화가 뉴욕시장 종료와 아시아 시장 개장 사이의 거래가 없던 불과 몇 분 만에 달러화 대비 약 9% 하락한 적이 있고 뉴질랜드 달러와 남아공 랜드도 지난 2년 동안 유사한 사례를 표출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2013년 시작된 벤치마크 조작 파문으로 퇴진한 베테랑 트레이더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고, 동시에 알고리즘에 의한 시장 조성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 또한 그들의 주문을 실행하기 위한 알고리즘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외환시장의 한 베테랑은 “최근 일부 통화의 급변은 모든 트레이더들이 사라졌을 때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면서 “기계는 귓속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문디 자산운용의 전문가는 “시장에는 뜨거운 감자와 같은 트레이딩만 있고 위험을 다루는 장치는 거의 없다”면서 “이것은 우리가 미래에 이런 유형의 이벤트들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이 실제로 외환 투자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위험 관리자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엔-달러 환율 변동성 위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일부 트레이더는 “일본 엔화의 경우 차입해서 고수익 통화를 매매하는 인기 있는 통화이기 때문에 포지셔닝을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면서 “캐리 트레이드로 불리는 이 전략은 수년 동안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고 이제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한 엔화 트레이더에 따르면, 2018년 동안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상대적인 안정도 달러 강세에 대한 파생 투자 증가에 기여했다”면서 “그래서 엔화가 급등하면서, 큰 옵션 장벽이 낙-아웃 돼 알고리즘이 달러화를 팔도록 자극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지셔닝과 일반적인 캐리 전략이 가격 변동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 은행의 트레이더는 “2019년에 접어들면서 비관론이 엄청나게 많지만 첫 거래일에 급변동이 발생한 것은 그 해의 불길한 징조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을 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덧붙였다.

[기사 정리=최원석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법인영업팀 이동수 전략가, 이혜선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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