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감원 출신 임원 취임 후 제재확률 16.4% 감소"

▲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민간 금융회사들이 '금융전문성'을 이유로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하고 있지만, 정작 건전성 제고보다는 '제재 회피'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금융회사 재직 임원의 16.3%가 공직 경력이 있었으며, 이들의 67.2%가 금융당국 출신(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인사였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기영·황순주 KDI연구위원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민간 금융회사 재취업 효과를 '전문성 가설'과 '부당공동행위 가설'로 나눠 설명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금융당국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취임하면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금융사의 위험관리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부정적 효과로는 금융감독 당국에 재직 중인 인사가 퇴직 후 임원 취임을 대가로 민간 금융회사의 부실한 경영실태를 눈감아 주는 등 부당한 편의를 제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금융회사가 전·현직 인사간의 밀접한 인적관계를 이용해 당국의 제재를 부당하게 회피하기 위해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채용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하지만 2011~2017년 기간 동안 개별 금융회사의 재무자료와 임원진의 경력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직 금감원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모습은 관측되지 않는 반면,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1분기 동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고용한 이후 해당 금융사의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모습은 대체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한은 출신 인사가 금융사의 임원으로 채용된 후 2분기가 되는 시점에서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모습이 관측됐다.

특히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이후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약 1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사 후 2분기부터는 제재감소 효과가 관측되지 않고 있어, 금감원 출신 인사의 고용에 따른 제재감소 효과는 단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기재부, 한은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확률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지되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미국에서 수행된 선행연구와 차이를 보였다. Shive and Forster(2016)는 미국 내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민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이직한 이후 해당 금융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이 관찰된 반면, 금융회사가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음을 발견한 바 있다.

보고서는 한국과 미국의 금융감독체계 차이점에 주목했다. 미국의 금융감독체계는 분권형 구조로 은행의 경우 연방준비은행, 통화감독청,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으로 감독권한이 분산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에 관한 대부분의 업무를 금감원이 수행하는 집중형 금융감독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기영·황순주 KDI연구위원은 "향후 금융개혁을 추진할 때 지금의 집중형 감독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금감원에 집중돼 있는 금융회사의 경영실태와 부실위험 등의 정보를 유관기관들과 신속하게 공유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금융당국간 견제와 균형관계 형성으로 금융회사와의 부당한 유착발생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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