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은 '연체율' 걱정...그런데도 예보료 인하?...예보료 인하보다 급한 일 '산적'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얼마 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모피아(옛 재무부, 현 기획재정부 출신) 출신 인사가 당선됐다.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취임과 함께 “예보료 인하”를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성급한 예보료 인하 주장”에 대해 경계한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선후가 있고 완급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저축은행이 제대로 된 제도권 및 서민관련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연체율 위험 등의 우려가 사라졌을 때 ‘예보료 인하’를 주장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축은행의 과거와 현재를 떠 올려 본다. 과거 ‘이런저런 저축은행 사태’는 국민들을 아찔하게 했다. 불법대출, 부실대출이 횡행했던 적도 있다. “00저축은행 사태” 등 국민의 공분을 사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국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였다. 저축은행의 예보료가 높아진 것은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어떤가.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싶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아직도 많은 대출자들에게 연 20% 안팎의 고금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대부업계 연 24% 금리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제도권 금융기관이라 자부할 수 있는 금리인가. 진정 서민을 위한 금리라 할 수 있는가. 대부업계는 저축은행 등에서 연 6%대의 돈을 조달해다가 20%대의 금리를 받는다는 얘기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의 지적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성일종 의원은 “2017년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순이익은 1조원이었는데 이중 2572억원이 대출모집인에 수수료로 지급됐다”면서 “이 수수료만 지급하지 않아도 대출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성 의원은 2018년 1~8월 중에도 1755억원이 대출 모집인에 대한 수수료로 흘러나갔다고 역설했다. 성 의원은 “이들 대출 모집인 중 일부는 저신용자 리스트를 갖고 있으면서 누가 고금리 대출을 쓰는지, 누구의 대출 만기는 언제인지 등을 파악하고 있으면서 만기 시에 연락해 기존 금리보다 낮춰 줄 테니 갈아타라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무질서하게 영업하는 행위는 없는지에 대한 점검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제도권에 들어왔으니 자체적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집인 관련 논란을 근절하고, 그 수수료 만큼 서민들에게 이자혜택을 줘야하는 것 아닌가?”하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다가 올 3월부터는 핀테크 백화점이 생긴다고 한다. 3월부터 대출을 원하는 수요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대출 상품에 접속해 싼 금리의 대출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뭘 말하는가. 저축은행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저축은행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체율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가계부채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중 채무자들이 사채시장에 내몰릴 위기가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저축은행들의 연체율도 걱정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장이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를 강조할 정도인데 모피아 출신의 새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예보료 인하”부터 강조하고 있어 걱정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무슨 일이든 선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완급이 있어야 한다. 예보료 인하를 주장하려면 우선 저축은행 스스로의 체질부터 강화하면서 제도권 금융기관 다운 모습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부실, 불법 대출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줬던 만큼 이미지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대출모집인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등의 영업행태도 바꿔야 한다. 연체율 관리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예보료를 내려달라든지 해야 한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모피아 출신이면서 최근 회장에 당선된 만큼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규제완화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저축은행업계는 지역별 영업제한 등 많은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지역 영업을 강조하다 보니 지방 저축은행들의 설 땅이 좁다고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예보료 인하”를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규제완화에 먼저 힘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또한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축은행 업계 리더들은 일의 선후와 완급을 다시 한 번 염두에 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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