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성 많은 돼지해, 더욱 좌고우면하는 자세로 맞아야

▲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등장한 마스코트들. 이 가운데 돼지는 없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자축인묘' 의 12지에 쥐 소 호랑이 토끼 등의 동물을 붙인 것은 고대 아시아의 역학을 대중에게 이해하기 쉽게 하려던 의도로 추측된다.

12개의 지 가운데 맨 마지막 술과 해에 마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듯 “개돼지”가 붙었다.

수년전 모 공직자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개와 돼지는 따로따로 있으면 인간으로부터 하나는 반려견으로, 하나는 풍족한 식생활의 동반자(당사자 돼지에게는 심각한 얘기지만)로 우대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둘이 붙어서 개돼지가 되기만 하면 대접이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한국에서만의 현상도 아니다. 중국 청나라 5대 임금 세종 옹정황제는 자신과 대립하던 이복형제 염친왕과 혁군왕의 이름을 각각 개와 돼지를 뜻하는 아키나와 사스헤로 바꾸고 가둬버렸다.

사람과 참으로 가깝고 사람에게 이롭기 그지없는 두 동물을 오히려 인간은 만만하게 여기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준다.

개와 돼지는 서로 떨어져 있으면 인간에게 제법 대접받기도 하지만, 붙기만 하면 그냥 개돼지다.

나라마다 많은 프로스포츠팀이 있지만 무슨 ‘도그스(Dogs)’나 ‘피그스(Pigs)’ 혹은 ‘호그스(Hogs)’라는 팀 명칭은 들어본 적이 없다. 기자가 과문한 탓일지는 모르겠다. (명절 칼럼이므로 이런 옛스런 관용문구도 하나 넣어봤다.)

개와 돼지가 단짝이 돼서 상당히 무시무시한 존재로 등장할 때도 있다. 조지 오웰의 정치풍자소설 ‘동물농장’이다.

농장주인 인간의 학대에 못 이겨 주인을 쫓아내고 동물들이 농장의 주인이 됐다. 이들에게는 인간의 가축노릇을 할 때부터 동물이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을 심어준 메이저라는 돼지가 있다. 동물 가운데 가장 지적인 돼지들이 집권당을 만들어 농장의 주인이 됐고 이들의 친위세력을 사나운 개들이 맡았다.

개와 돼지는 미국과 호주의 합작영화 ‘꼬마돼지 베이브’에서도 단짝을 이룬다.

꼬마돼지 베이브는 엄마를 잃고 새로운 목장으로 팔려왔다. 이 목장의 암컷 목양견 플라이는 새끼들이 팔려간 허전함에 베이브를 자식처럼 대해준다. 우연한 기회로 베이브가 양들을 늑대로부터 보호한 일이 벌어지자 목장주인은 베이브를 양치기 돼지로 키우기로 한다.

플라이의 남편이자 용맹한 목양견 렉스는 돼지가 개 노릇을 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특유의 무뚝뚝한 성격이 더해져 렉스는 플라이와 달리 베이브에게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렉스의 마음이 열린다. 마침내 영화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렉스는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정성으로 렉스의 성공에 기여한다.

이처럼 인간들의 의식 속에서 돼지는 개와 함께 동물 중에 그래도 얘기가 통할만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돼지는 그러나 개와 달리 오로지 식탁에 올라가는 것으로 인간에 기여한다. 식용 말고 양을 돌보는 것은 영화에나 있는 얘기다.

소는 밭도 갈고 우유도 만들지만, 돼지는 그런 것도 없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돼지가 개의 옆자리를 소에게 내줄 때도 있다. 어중이떠중이, 잡인을 일컬을 때 “개나 돼지나”라고 하지 않고 “개나 소나”라고 말한다.

참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가까운 존재들일수록 우습게보고 푸대접하는 아주 나쁜 습성을 갖고 있다.

이 나쁜 습성이 다른 사람 대할 때도 여전한 사람은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다. 가장 가까워야 될 아내와 남편을 놔두고 다른 이성을 더 가까이 하는 사람은 집안이 거덜 난다.

의리를 지킨 친구를 버리고 돈 많고 집안 좋은 친구만 찾아다니는 사람은 평생 외롭고 의미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개처럼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는 동물이 돼지다. 그런데 오로지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와 달리, 돼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길이 없다.

가축돼지가 가출하면 한 세대 만에 다시 송곳니가 자라고 야생의 멧돼지로 돌아간다고 한다.

국내외로 여러 가지 가변적 요인들이 많은 가운데 2019년 돼지해가 열렸다. 정책하는 사람이나, 기업하는 사람이나, 또 가계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나 모두 더욱 좌고우면하는 자세로 불확실한 환경을 맞이할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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