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붕구 위원장 "이달 중 재조사 발표 예상, 은행 '사기판매' 인정해야"

▲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 9개 시민단체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에 키코를 사기사건으로 규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임민희 기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파생금융상품) 사건 재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키코 사기사건 규정 및 판매은행 사기죄 처벌'을 요구하며 공동행동에 나섰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공대위), 금융소비자연맹 등 9개 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키코를 명백한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라”고 촉구했다.

조붕구 키코 공대위원장은 "키코는 대표적인 금융적폐이자 명백한 금융사기 사건"이라며 "하지만 금감원이 최근 언론을 통해 '키코를 소비자 기만행위로 판단해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히는 등 키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어렵게 시작한 재조사를 마무리 짓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키코는 기업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제한되고 손해는 무한대로 늘어나도록 설계된 불공정한 파생금융상품"이라며 "그럼에도 은행들은 '제로코스트', '환헤지' 상품으로 장점만 홍보해 판매했고, 피해기업들이 상품의 단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맺도록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키코 공대위에 따르면 14개 은행과 키코계약을 체결했던 1000여개의 수출 중소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해 1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2013년 9월 대법원이 '키코는 사기가 아니다'라며 은행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키코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지난해 5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해 청와대(박근혜 정부) 입맛에 맞게 키코 판결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의혹이 부각되면서 재심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참석자들은 "금감원이 정치적 판결로 수많은 중소기업 및 노동자들이 겪었던 고통을 통감한다면 키코가 소비자를 기만한 상품이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재조사와 관련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금감원은 키코를 단순히 은행 측의 상품설명 부족 등의 불완전판매로 결론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은행의 '불공정한 키코 사기판매'를 방조·방관한 정부와 금융당국, 사법부는 이제라도 책임있게 나서 금융적폐인 '키코 사건'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에 재조사 과정 공개 및 철저한 검증, 키코 전면 재조사, 은행들의 피해기업 손해배상 강제 조치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말 분쟁조정국·검사국 합동 '키코사건' 전담반을 설치하고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원글로벌, 남화통상 등 4개 기업으로부터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키코 재조사에 착수했다.

분쟁조정 조사는 통상 3개월이 걸리지만 해당은행들에 대한 자료요청 등 사실조회 기간이 길어지면서 8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재조사가 끝나면 법률검토를 거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붕구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키코공대위와 8개 시민단체의 요구사항(▲키코 사기사건 적시 ▲키코 기본계약서와 개발약정서의 약관성 여부 ▲금감원 분쟁조정2국 금융투자팀에서 키코 전수조사 진행)을 담은 탄원서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전달했다.

조 위원장은 탄원서와 관련해 "키코는 상품사기와 판매사기 등 2가지인데 상품사기의 경우 입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우선 판매과정에서 있었던 사기만이라도 규정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은행들은 키코를 판매할 때 옵션가격을 속였고, (계약서에) 기업의 대표이사 사인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달 중에는 키코 재조사 안건이 분조위에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금감원이 조사결과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어 향후 분조위 결정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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