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행장 겸직 논란 속 '작년 실적쇼크'로 리더십 시험대

▲ 김태오 은행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대구은행이 각종 잡음에 이어 실적악화까지 겹치면서 향후 경영상황이 주목받게 됐다. 특히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임 논란이 있고 난 후 '실적쇼크'까지 나타나 더 주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은행장 경험이 없던 김 회장이 향후 대구은행의 내부갈등을 수습하고 실적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다수 은행들이 지난해 이자이익 증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반면, 대구은행은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DGB금융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으로 2017년(3022억원) 대비 26.9% 증가한 3835억원을 기록,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주력계열사인 대구은행은 전년(2941억원) 대비 20.2% 급감한 2348억원의 순익에 그쳤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부진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염가매수차익이 1600억원 정도 나올 것을 알고, 대구은행이 주력계열사로서 명예퇴직을 평소보다 30~40명 더 했고 충당금도 선제적으로 400억원 가량 더 쌓으면서 실적이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이요인을 제외하면 대구은행의 경상이익은 전년보다 개선됐다"며 "특히 자기자본비율은 0.67%포인트나 개선되고 고정여신비율도 좋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건전성 비율이 많이 개선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지난해 은행권 전체적으로 이자이익이 큰 폭 늘었고, 희망퇴직 실시 등으로 비용지출이 많았음에도 여러 타은행들이 호실적을 낸 것을 고려하면 대구은행의 실적악화는 대비될 수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경영진의 비리문제와 장기간의 경영공백으로 각종 잡음에 시달린 바 있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3월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대구은행은 약 10개월 동안 경영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김경룡 DGB금융 부사장이 차기 대구은행장에 내정됐다가 경북 경산시금고 유치 관련 담당 공무원 아들 부정채용 의혹에 연루돼 결국 자진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 조직쇄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대구은행은 지난해 12월 26일이 되어서야 최고경영자승계절차가 재개됐다.

DGB금융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이하 자추위)가 우여곡절 끝에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지만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문제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장-은행장 겸직체제를 결정하면서 노동조합과 일부 임직원들이 겸직체제에 강력 반발하면서 내부진통을 빚었다.

이에 김 회장은 지난달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약속하며 조직갈등 봉합에 나섰다.

김 회장은 1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구은행장으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다. 김 회장은 이날 은행장 취임식에서 투명하고 깨끗한 정도경영, 소통경영, 탁월한 성과 창출을 핵심과제로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은행장 경험이 없는데다 '타행 출신'이라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하나생명 등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지만 그곳에서 은행장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는 하나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장, 가계영업기획 추진본부 부행장보, 카드본부 부행장보, 고객지원그룹총괄 대표(부행장), 영남사업본부 대표(부행장), 하나생명 사장, 하나 HSBC 생명보험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DGB금융 회장직에 올랐다.

김 회장이 지난해 불거진 각종 잡음과 내부갈등을 해소하고 고객 및 지역사회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밀착 영업이 중시되는 지방은행 특성상 은행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김 회장이 대구은행의 실적개선을 위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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