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등 정책불안 · 소비심리 둔화 · 車산업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혀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올 들어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경제의 불황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경제가 뒷걸음질할 경우 글로벌 경제의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유럽연합 경제에는 영국을 제외한 유로화 사용 19개국을 포함하고 있다.

16일 CNBC 등 외신과 글로벌 투자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EU 무역수지 흑자는 170억 유로로 집계됐다고 15일(현지시간) EU 통계국 유로스타트가 발표했다. 이는 전월 190억유로 대비 20억 유로 감소한 수치다. 앞서 유로스타트는 EU의 12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1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특히 EU 경제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하면서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경제침체 위기가 중국보다 유로존 등 유럽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진단을 토대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시티그룹은 투자보고서에서 “EU의 경기침체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으며 미국 경기침체 우려보다 유럽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EU경제의 불황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중 무역분쟁 등 정책 불안이 EU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혼란스러운 브렉시트 과정으로 인한 역내 위험이 커지면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2017년까지만 해도 유로존 성장률은 2.4%로 10년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성장률 하향의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을 들었다. 신한금융투자 한윤지 연구원은 “지난해 유로존 성장률 1.8% 중 대중국 수출은 -0.2%p(포인트)의 기여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치 이슈로 인한 소비 심리 둔화도 EU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 등 영국의 정치 이슈가 이어진 데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 스페인의 조기총선 움직임 등으로 EU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것이다. 민간소비는 2016년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돼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에 그쳤다.

그런가 하면 EU 경제의 GDP의 2.4%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 부진도 불황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월 도입된 자동차 배기가스 시험방식 때문에 생산 차질과 재고 증가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 EU의 자동차 생산은 전기 대비 11.5%, 전년 동기 대비 9.8% 급감하며 성장률을 0.3%p 갉아먹었다. 자동차 수주잔고와 재고 차이는 올들어 점차 줄어들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다소 돌아서는 모습이다.

EU 경제는 이외에도 이탈리아 재정불안, 유럽의회 선거 등으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하반기 이후에는 유가 하락과 재정정책 효과로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다만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EU 경제, 나아가서는 글로벌 경제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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