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내부반발 속 2년간 행장 임기 보장, '2년이 한시적?'
DGB금융 "임원들 경력 2년도 안돼, 선임절차 강화 위한 결정"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기간이 관심사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한시적 겸직체제'를 강조해 왔지만,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회장-은행장을 분리 선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계자 육성'을 명분으로 거의 2년간이나 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지난 1월말 대구은행장에 취임하면서 향후 후계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은행장 겸직을 두고 내부반발이 커지자 지난달 14일 임직원들에게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은행장 임기로 약 2년(2020년 12월 31일까지)을 보장 받으면서 "약 2년이나 되는 기간이 한시적인가?"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2년은 신한은행 등 기존 대형 은행장의 한차례 임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김 회장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로 대부분의 임기 동안 은행장을 겸직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한 '황제경영' 비판여론을 감안해 지배구조상 '회장-은행장' 분리체제를 유도해 왔다. 이에 따라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 선임하고 있다. 반면 은행계 금융지주사 중 DGB금융은 '회장-은행장' 겸직체제를 갖추고 있다.

김태오 회장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권한의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체제 구축과 선진화된 지배구조 등을 통해 과거로의 회귀나 권력의 독점으로 인한 폐단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최근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현직 임원 19명을 대상으로 차기 은행장 육성 및 승계프로그램을 개시했다.

DGB금융에 따르면 약 2년간 진행되는 승계 프로그램은 우선 1차 후보군(임원 19명)을 대상으로 1년간 다양한 육성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1월 3명 내외의 2차 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한다. 이어 2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평가와 검증과정을 거쳐 6월경 1명을 은행장 내정자로 선발해 내년 12월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을 제외한 지주와 은행의 임원이 총 19명인데, 임원경력이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미만이고 가장 오래된 임원도 2년이 채 안된다"며 "임원 풀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임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선임절차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불가피하게 차기 행장 선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행장 내정자가 선임되는 것은 내년 6월"이라며 "7월부터는 후계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김태오 은행장과 승계에 대한 구체적인 코칭 및 사업 역량강화 교육도 받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의 행장 임기와 관련해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이하 자추위)에서 은행장 선임시 결정한 사안으로, 후임자를 육성하려면 최소 2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당시 자추위원들이 8명의 행장 후보를 두고 논의했지만 'CEO 리스크'로 인해 그룹이 도덕적·윤리적으로 훼손된 부분이 컸기 때문에 많은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3월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대구은행은 약 10개월 동안 경영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자추위는 지난해말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지만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문제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회장-은행장 겸직체제를 결정한 바 있다.

김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은행장을 겸직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내부잡음과 권한독점 우려를 해소하고 후계자 선임작업과 실적회복 등의 과제를 원만히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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