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는 한국 사람들에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미지다. 외모가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초선으로 등원한지 두 달째인 그의 정치활동이 그렇다.

거대자본의 후원을 마다하고 서민들의 푼돈만을 모아서 거물정치인을 물리치고 당선된 그는 이번에 아마존의 본사설립계획을 격퇴시킨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에서도 1988년 의회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회복한 이후, 비슷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어떤 사람은 끝끝내 약자들을 위한 편에 서기만을 고집했다. 무수한 정치 불이익을 받은 끝에 정계를 떠나기도 하고, 그것이 마침내 국민의 신뢰를 얻어 국가원수에 오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기성제도권의 회유를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초선 때 이미지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속물이 되기도 했지만, 보다 더 신중해진 모습으로 큰 책임을 다하는 거물정치인이 된 사례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항상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못 이겨,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 이상의 행동으로 스스로 정치인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이 주도해 아마존의 본사설립 계획을 취소시킨 것은 2만5000개 일자리를 이 지역에서 날아가게 만들었다.

이것이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흥미를 끌고 있다. 철부지 진보 때문에 경제를 망치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

사실,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데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처럼 행동을 하려들면 격려하기보다는 자제시키고 싶은 생각부터 들 것이다. 친한 사람일수록 한국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안 친한 사람이면 저러다 망하든 말든 별로 알 바는 아니다.

좋게 말해 훈계, 나쁘게 말하면 ‘꼰대질’을 하려는 사람들 본연의 심성을 건드리기 딱 좋은 대상이다.
 

▲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미국 하원의원. /사진=미국의회 하원 홈페이지.


아주 예전 한국에서는 어떤 재벌 총수가 “어느 정당에는 사회주의자가 열 두 명이나 있다. 이런 당에는 정치자금을 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었다. 그때 그는 재계 단체 회장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 당 의원 70명 가운데 가장 진보성향이 강한 의원 열 두 명을 추리면, 열 명 정도는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보다 상당히 ‘순한 맛’의 보수적인 의원들일 것이다.

한국이라면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 같은 사람 하나가 나오면, 보수를 자처하는 논객뿐만 아니라 재계 단체들도 나서서 들썩거리다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까지 나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전국적 재계 단체가 나서서 일개기업 아마존의 일로 비난성명을 냈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찬반 공방도 공화당과 민주당보다는 민주당 내의 격론으로 벌어지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뉴욕의 다른 지역구 캐롤린 멀로니 하원의원은 모두 아마존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거나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다.

뉴욕주와 뉴욕시 등 광역의 정치인들은 아마존 본사 유치를 희망했지만, 본사가 들어설 계획이었던 퀸스 등 해당 지역과 뉴욕의 지방의회 소속 민주당 정치인들은 반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반대론자들이 제기한 비인간적 근무환경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의 본사 방문을 초청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가 제기한 직원들의 페트병 소변과 같은 의혹에 대해 데이브 클라크 국제담당 수석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명백한 사실은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도 동의하는 점이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는 과연 2만5000명의 새로운 취업자가 모두 그 지역에서 나오냐는 점이다. 일자리는 외부인들에게 돌아가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주택난이 심각해져 집에서 쫓겨날 위험을 가져온다는 것 또한 충분히 예상되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흔히 거론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다.

자신에게 표를 준 지지자들의 집 잃을 위험을 막으려 나선 것을 제3자가 부당하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아마존 본사와 같은 큰 사업장이 들어서 인근의 상권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지역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역시 따져볼 문제다. 이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건물주와 세입자들 간의 이해도 엇갈리는 문제다.

무조건 철부지 진보가 희생시킨 일자리라고 입맛대로 갖다 붙일 일이 아닌 것이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2016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성향은 월가에 대한 비판을 포함해 현재까지 매우 흡사하다. 한국의 자칭 보수가 보기에 섣부르고 인기에만 영합할 거 같은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하원의원이 돼서 아마존 본사도 쫓아내고 대통령후보로 주목받기도 한다.

다만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의 논거 중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이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은 있다. 뉴욕시가 아마존에게 제공하려던 30억 달러의 세금 혜택 부분이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이 돈으로 교사를 더 많이 채용하거나 지하철을 보수하는데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문은 이 돈이 원래 들어오는 세수에서 아마존을 지원하는 것이냐, 아니면 아마존 본사가 들어왔을 때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냐다. 후자의 경우라면, 선생님을 더 많이 채용하는데 쓸 수 있는 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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