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좋지만 말은 못 믿겠다는 외국인들

▲ 미세먼지가 가득한 7일 오전 부산 시내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세먼지로 인해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불만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에는 미세먼지 지도 등 여러 자료들이 연일 올라온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우리’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상당히 달라진다.

“또 중국 타령이냐”라는 냉소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사람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거주하거나, 한국에서 살아본 외국인들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세먼지 대란이 중국 때문이라는 지적을 한국 특유의 여론 몰림으로 일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출신국가로 봐서 별로 중국을 두둔할 이유도 없는 미국이나 유럽인들이다.

긴 얘기도 필요없다. 미세먼지에 대한 짧은 글과 함께 “맞아. 중국 때문이지”라고 마무리한다. 공감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나본 한국사람 말투를 흉내낸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근거없이 중국 탓을 한다는데, 이들 또한 반대근거를 자세히 내놓는 것은 아니다. 있다면 한국의 변치않는 느슨한 에너지 정책이나 환경규제 법률 정도다.

이들은 자기가 한국인들과 함께 사는 동안의 경험에서 여론은 항상 이렇게 ‘의견 쏠림’으로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무슨 주장을 하고 나설 때마다 이렇게 반응한다.

한국생활을 통해 오히려 한국에 반감을 가진 경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의 경험은 유례를 찾기 힘든 ‘중독성’ ‘강한 호불호’ 등의 특징을 가져온다. 언제나 파격적 환영을 표현하려는 한국인들과의 술자리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환상이었다. 그런 면에서 가족 같은 한국의 지인들 기억은 외국인들의 뇌리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에서의 경험과 비교하며 얘기하기를 즐긴다.

문제는 한국 특유의 ‘비논리성’이다.

인간의 정서에서 감성과 논리성은 양대 엔진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특히 감성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좋든 나쁘든 이것은 우리의 특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친한 친구를 찾을 때 한국인 친구가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뭔가 차분한 토론을 해야 될 때는 한참 뒷순위로 밀려난다. 우리의 발언은 좋은 뜻에서 나온 것으로 신뢰는 받지만, 차분하고 치밀한 검토 끝에 나왔다는 신뢰는 별로 받지 못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태도는 여기서 형성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군위안부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우리와 뜻을 함께 했던 외국인 친구들이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기대했던 것과 사뭇 반응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위안부 문제도 편협한 경로로 접하는 외국인들은 “일본이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이들은 일본이 위안부 범죄를 인정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범죄를 인정한 적도 없는 일본이니 사과를 한 적이 있을 리가 없다. 이런 간단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논리도 없이 쇼비니스틱한 의견을 고집한다’는 편견부터 내세우는 외국인들이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선수가 판정불이익을 받았다고 우리끼리 단정을 하고, 상대선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비난을 퍼부어 끝내 폐쇄하게 만드는 행태. 이런 것들을 몇 차례 지켜본 사람들은 미세먼지 문제도 한국인 특유의 ‘중국 때문’ 증상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이 사람들이 우리의 상대방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한국인 아닌 남들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은 된다.

한국사람들이 개인적 사고방식에서 ‘쇼비니스틱(국수주의적)’하다는 얘기는 많지만 한국 정부, 특히 외교부의 성향은 이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지나치게 ‘이타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역대 정권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 외교부냐”라는 비판을 공통으로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요즘 중국외교부는 아주 작심하고 ‘애국심’으로 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7일 오후(한국시간) 톱뉴스에서 중국외교관들이 요즘 비외교적일 정도로 강한 언어를 구사하며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들이 상대국가보다 베이징의 중국 권력층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런 언행을 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행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심화된 것으로 지적된다. 중국외교관들의 발언에서 이념적 색채도 더욱 짙어졌다.

블룸버그는 1960년대 문화혁명 당시 중국 외교관들이 런던에서 반중시위대와 다투는 자신들의 모습을 녹화하던 시절과도 비교했다.

한국이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해야 할 대화상대는 오히려 이렇게 더 국수적이 되고 있다.

쉽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듯 하다. 국민 개개인이 인내심을 가지고 최대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결론말고 딱히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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