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와 합의했지만 융커 의장 "세 번째 기회는 없을 것" 경고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영국정부 홈페이지 캡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는 한국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브렉시트는 영국이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리스의 ‘그렉시트’처럼 단일통화체제를 벗어난다는 말도 아니다. 영국은 단일통화인 유로존에 통합되지 않고 고유화폐인 파운드를 그대로 쓰고 있다. 브렉시트는 유로존과도 무관하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시장 역시 브렉시트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이 5원 가량 하락하고 있는 것은 브렉시트가 가장 큰 요인이다. 원화환율 하락은 원화가치의 절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이 속하는 신흥국 경제에 대한 투자경계심이 누그러짐을 의미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브렉시트에 대한 보완합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일단 훈풍을 맞고 있다.

하지만, 당장 며칠 동안의 향후 동향을 장담하기 어렵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의회는 12일 이 합의에 대해 표결을 벌이는데 부결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 만약 영국의회가 메이 총리가 가져온 방안을 부결하면 다음날에는 그럼 EU와 합의없는 브렉시트, 즉 노딜 브렉시트 또는 하드 브렉시트를 할 것인지를 표결한다. 아무리 강경한 친 브렉시트 의원들도 이렇게 대책 없이 EU를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감이 커서 이 또한 부결된다면, 14일 영국의회는 오는 29일 브렉시트 실행을 연기할 것인지를 표결한다.

이미 영국 의회는 지난 1월 메이 총리와 융커 의장의 1차 합의를 230표라는 어마어마한 표차로 부결한 적이 있다.

융커의장은 11일 메이 총리와 합의를 이룬 후 영국의회의 브렉시트 의원들에게 “세 번째 기회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메이 총리는 이번 합의에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해결을 이유로 완전한 EU 탈퇴를 무한정 연기할 수는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2016년 6월23일 영국 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그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승리와 함께 양대 이변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외환시장에 준 충격은 6월의 브렉시트가 훨씬 더 컸다. 브렉시트 결과가 전해진 24일 아시아 시장에서 파운드가치가 10% 안팎으로 폭락했다. 파운드뿐만 아니라 엔화환율 등 여타환율도 기사에 숫자를 기입하는 몇 십초 동안 전혀 다른 수준으로 급변하는 혼란을 보였다.

순식간에 치솟았다가 순식간에 가라앉는 급등락도 발생해 수학의 전형적인 ‘미분 불가능’ 곡선을 만들었다.

원화환율 역시 이날 29.7원(2.58%)의 폭등세를 보였다.

브렉시트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아주 극심한 ‘리스크-오프’ 분위기를 몰고 왔던 것이다. 리스크-오프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는 것으로, 안전통화인 엔화의 선호도를 높여 엔화환율은 떨어뜨리고,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통화가치는 떨어뜨려 원화환율 등을 상승시킨다.

2016년 브렉시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포퓰리즘’이 현실로 나타난 사례로 간주된다.

기존의 세계 경제질서를 담당하는 미국과 유로존, 영국 등이 자국민 이익 최우선을 요구하는 포퓰리즘에 압도돼 기존 질서를 뒤흔들 것이란 불안을 가져왔다.

일단 12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무난한 절차에 따를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지만, 당장 이날 저녁 영국의회에서 이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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