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1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대한 합의를 하면서 덧붙인 말은 “세 번째 기회는 없다”였다.

이번이 두 번째 기회였는데 영국의회는 이를 12일 또다시 걷어찼다. 149표 차이였다.

영국 의회가 걷어찬 첫 번째 기회는 지난 1월 230표의 기록적인 표 차이를 만들었다.

영국 의회의 이러한 선택은 갈수록 EU가 브렉시트에 대해 기여할 여지를 극히 위축시키고 있다. 아무런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 또는 ‘하드 브렉시트’를 피하는 길은 전적으로 영국의 몫이 되고 있다.

영국 의회의 연속적인 투표일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그렇다면 노딜 브렉시트를 하겠느냐’라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또한 부결될 경우 그 다음은 ‘오는 3월29일 브렉시트 실행을 연기하겠느냐’에 대해 표결해야 한다.

메이 총리의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2015년 재임 때 EU 정상회담에서, EU가 영국국민들이 원하는 개선방안을 받아들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가 영국총선에서 예상밖 승리를 거두고 연임에 성공한 직후다. 하지만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상대를 찾기 힘들었다. 이 때 EU는 브렉시트가 아니라 ‘그렉시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위기였던 것이다.

다음해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캐머런 총리가 사퇴하고 메이 총리가 뒤를 이었다.

캐머런 전 총리의 EU 개혁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한 EU지만, 영국 의회는 1월의 230표차 무참한 표결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149표 차로 두 번째 기회를 걷어찼다.

EU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국경 문제를 명분으로 영국을 계속 잔류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영국이 오히려 이런저런 정치문제로 ‘나가지도 남아있지도 않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생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12일 부결에도 금융시장은 아직 ‘자비(mercy)’를 남겨두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심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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