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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도 하는 미국에서 왜 입시부정을 해?
기여입학도 하는 미국에서 왜 입시부정을 해?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3.1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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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점수 조작에 자녀를 운동선수로 둔갑
▲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 /사진=USC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세계적인 장수만화 ‘심슨즈(Simpsons)’에 등장하는 몽고메리 번즈는 주인공 호머 심슨의 사장이다. 그는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자다.

엄청난 저택에 비서 한 사람만 두고 사는 그에게 진짜 아들이 찾아온 에피소드가 있다. 지식이 너무나 부족한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번즈는 예일대에 기여입학을 문의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들의 지식상태를 알아본 뒤 “이 정도면 국제공항을 하나 만들어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번즈는 “너무 비싸다”며 아들의 예일대 입학을 포기했다.

학력과 별도로 부모와 학교와의 인연, 부모의 재력이나 명성으로 자녀를 입학시키는 제도로 알려진 기여입학제가 유명한 만화에도 등장한 사례다.

미국의 기여 입학은 불법도 아니고, 숨어있는 비밀도 아니다. 일부에서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이 제도를 사악한 불평등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도 별로 없다.

자신의 학력이 아니라 부모 덕택에 하버드 스탠포드 등 명문대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 그럴만한, 또는 그래야만 할 처지의 매우 제한적인 사람들로 간주돼 사회적 위화감까지 가져오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미국사회도 언젠가부터 마치 한국을 닮아가려는 듯한 ‘SKY캐슬’ 사회 조짐을 보였다. 마침내 미국 전체가 거대 입시부정 파문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공정성에 관한한 절대 신뢰를 잃지 않았던 미국인데, 입시브로커 뇌물을 받은 SAT 담당자가 학생 점수를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위기의 주부들’ 출연 배우로 잘 알려진 펠리시티 허프만은 1만5000 달러를 주고 딸의 SAT 점수를 400점 더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운동선수 아닌 자녀를 운동선수로 둔갑시켜 입학시킨 한국에서 많이 본 사례도 있었다. 시트콤 ‘풀 하우스’에 출연한 로리 로플린은 브로커에게 50만 달러를 주고 두 딸을 요트선수로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 입학시켰다.

스탠포드대학교는 13일 전 세계 동문들에게 서신을 보내 요트코치가 이번 입시부정에 연루된 사실은 명백히 학교의 방침에 어긋났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예일, 조지타운,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텍사스대학교 등 미국내 10위권을 오르내리는 명문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미국 사회란, ‘아이비 리그’ 같은 명문대학 출신 아니라도 세상을 뒤바꾸는 인재들이 쏟아져 나와서 더욱 무서운 곳이었다.

출신학교가 들은 듯 만 듯한 곳이어도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 강한 정체감과 깊은 흥미를 가지고 집요하게 달라붙는 열정을 다른 나라 경쟁자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어려서 엄마 손에 이끌려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해 온 다른 나라 사람들로서는 잠재력의 깊이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그랬던 미국 사람들도 이제 판에 박히고 찍어낸 듯한 경력에 몰두하는 경향이 나타났음을 이번 사건이 보여준다.

국제공항까지 세워주며 자식 입학시키는 사람은 따로 있는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도외시하던 나라에서, 공항을 못 세워주면 부정입학이라도 시키자라는 유명 인사들이 나타났다.

미국 역시 이런저런 범죄가 많은 나라지만, 입시부정만큼은 생길 일이 없는 곳으로 그동안 여겨졌었다. 이 나라를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 보통사람 중심의 철학 때문이었다.

이제 그런 미국의 기본전제마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이번 사건은 그런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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