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ISS, 엘리엇 배당금 요구는 반대하지만 이사선임 요구 동의"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현재 행동주의 펀드와 대결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한진그룹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상반된 입장을 정해 주목되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 펀드)의 도전을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KCGI에 동참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가능성도 있다.

이에 반해 해외펀드 엘리엇과 대결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는 이사선임과 배당금 모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편에 설 것으로 14일 발표했다.

두 재벌에 대해 국민연금이 서로 다른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3세 경영인의 자질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조양호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난동이 전 세계적 추문이 된데다,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씨의 ‘갑질’ 파문이 겹쳐 ‘총수 일가 리스크’가 극에 달했다. 국민연금의 선택지가 극히 좁혀진 상태인데, 재계 일부에서 ‘국민연금 사회주의’라는 이념 자극적 용어를 강조하며 맞서고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민적 추문이 될 정도의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과도한 자금을 주고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한 경영적 판단에 투자자들의 비판은 있지만 국민적 분노의 영역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정의선 부회장이 누구를 때리거나 고함을 질러대는 인성의 문제까지 드러내지는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의 지원도 받게 돼서 이번 주총에서는 무난히 엘리엇을 격퇴할 것이란 현대자동차의 안도감도 엿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평온한 현실이 맞냐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정 부회장이 정말로 엘리엇을 이번에 물리쳐 지난해 패배를 설욕하고 있느냐다.

엘리엇이 이번 주총에서 요구한 7조원의 배당금은 사측이 제안한 1조원의 7배다. 정말 배당받을 의도로 요구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금액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엘리엇의 제안은 국민연금과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ISS 등 해외투자기관도 일축하고 있다. 막대한 배당에 따른 부담이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ISS의 입장이 달라진다.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는 엘리엇이 요구한 3인 가운데 2명에 대해 동의하고 있고,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사측 추천과 엘리엇 추천 인사를 모두 선임해 이사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릴 것을 제시하고 있다.
 

▲ 엘리엇의 현대자동차 이사후보 추천인사들. /사진=엘리엇 프리젠테이션 자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ISS는 엘리엇 추천 인사가 이사회 독립성과 감시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반면, 현대자동차 추천 인사는 “총수일가 영향력과 균형을 맞추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당초부터 배당금은 ‘버리는 카드’였고, 진짜 목표는 이사선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주주들이 배당금은 사측 제안에 동의하는 대신, 이사선임은 엘리엇 요구에 동참하는 선택을 하면, 이번 주총의 ‘설욕’이란 이미지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

지난해 중요한 승부에서 ‘1패’를 한 현대자동차는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총 끝날 때까지 안도하기 어렵다. 어쩌면 지금까지 상대의 진정한 표적이 아니었던 것을 막느라 부심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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