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회 산회까지 거론하는 영국의 현실

▲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2017년 6월21일 영국의회 연설에서 유럽연합(EU) 깃발을 연상시키는 모자를 써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른쪽 상단에 첨부된 것은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대해 영국은 현재 수렁에 빠져있다. 나가지도 못하고 머물지도 못하고 있다.

사실 나가지 못한다는 말에는 조건이 있다. 엉거주춤한 현 상태를 EU가 용인한다는 전제조건이다. 만약 EU 지도자들이 “큰 소리치고 나간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궁색한 소리냐”라고 한다면,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른 29일 브렉시트 실행은 막을 길이 없다.

테레사 메이 영국총리는 세 번째 정부 수정안을 영국의회에 제출하려했으나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일사부재의’, 즉 한 회기에 같은 법안은 두 번 다루지 않는다는 원칙에 좌절됐다.

영국정부는 21일 EU 정상회담에 29일 브렉시트 실행 연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EU에 ‘일단 좀 늦춰봅시다’라고 애걸복걸하는 것이다.

과거 ‘대영제국(영국군주는 더 이상 황제(Emperor, Empress)가 아닌 왕(King, Queen)이고 대영제국도 사라졌지만)’의 체면을 그나마 조금 더 살리는 방편으로 거론되는 것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핵 옵션’이다.

물론, 입헌군주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브렉시트에 간섭할 수는 없다. 의견을 내지도 못한다. 그러나 여왕에게 세번째 정부법안에 대한 표결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존재한다.

엑스프레스와 텔리그라프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영국의회의 회기는 9월5일에 시작하지만, 여왕이 이번 회기 산회를 선포하면 새로운 회기를 앞당겨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회기는 여왕의 의회연설과 함께 시작한다.

영국에서는 이것을 “핵옵션(nuclear option)”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너무 부자연스러운 방법이어서 영국정부부터 이럴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발상에서 엿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영국의회가 완전히 무능력 집단으로 전락한 가운데, 그나마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건재하다는 점이다. 수렁에 빠진 영국에서 여왕의 장수가 그나마 탈출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여왕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여왕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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