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 60여개 기업 옮겨...접근성 · 언어 · 정책 · 세금혜택 등 강점 꼽혀

▲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이달 말 시한을 앞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대체 사업지역으로는 네덜란드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2년 간 60여개의 대기업이 네덜란드로 이전하기 위해 보따리를 쌌다.

23일 현지 언론과 네덜란드 투자유치청(NFIA), 코트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무역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42개의 기업이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터전을 옮겨왔다. 2017년 18개사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럽의약청(EMA)이 새 본부 소재지를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의약청은 오는 상반기 암스테르담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자위다스(Zuidas) 지구에 있는 건물로 이전할 예정이다. 신규 이전하면서 올해 일자리 창출 2000여개 가운데 900여개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네덜란드 측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언론매체인 디스커버리는 유럽 사업본부를 네덜란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고, 영국의 미디어 기업인 TVT 미디어 또한 DMC(네덜란드의 미디어 기업)를 인수해 암스테르담으로 본부를 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소니도 자사 유럽본부를 네덜란드 지부로 합병할 계획이라고 올해 초 발표한 바 있다. 네덜란드 지부는 유럽 내 전자부문 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소니의 2017년 유럽 매출은 165억 달러로 총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유럽 시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금융 기업들도 줄줄이 암스테르담으로 짐을 싸고 있다. 일본의 전국 농업협동조합은행인 노린추킨은행은 암스테르담에 전액출자 자회사를 세울 예정이다. 또 선주상호보험 공급업체의 선두주자인 UK P&I 클럽은 자회사 소재지로 네덜란드를 선택했다. CBOE(디지털자산투자회사), LSE Turquoise(전자거래 플랫폼) 등의 대형플랫폼 회사들도 암스테르담 이전계획을 공개했다.

네덜란드가 이전 대상지로 꼽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따른다고 네덜란드 투자유치청(NFIA) 등은 자체 분석하고 있다.

우선 스히폴 국제공항과 로테르담 항구가 있어 유럽의 관문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네덜란드인의 90%가 영어 사용이 가능하며 다국어 구사 인구도 많은 편이다. 네덜란드에 쉽게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서비스 지원정책도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고급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네덜란드 이전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NFIA는 250여 개의 해외 기업들과 브렉시트 이후 네덜란드로의 사업근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촉 중인 기업들에는 영국 기업 이외에도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대비 중인 미국기업과 아시아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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