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주총서 잘 방어하고 있지만...승계논란, 갑질논란 등은 해소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주총이 한창이다. 재벌 관련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주총에서 재벌들이 여전히 막강한 방어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재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이 주총장은 물론 나라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주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현대차 측을 지지하는 세력이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을 물리쳐 화제가 됐다. 엘리엇은 높은 배당과 사외이사 투입을 추진했다가 좌절됐다.

지난주 삼성바이오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삼성 측 안에 반대했다가 실패했다. 국민연금 측은 분식회계 의혹을 지적하며 삼성 측의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보수 문제 등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현대차가 엘리엇에 승리한 지난 22일 현대차의 주가는 오히려 0.80% 하락했다. 같은 날 삼성바이오의 주가는 2.87%나 떨어졌다. 현대차와 삼성바이오는 주총 승리로 안도감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주가흐름 만큼은 주총 날 이들 회사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물론 이날 주가 하락은 주총과는 별개의 악재가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이를 테면 미국에서 바이오젠이 치매약 개발 중단을 발표한 것이 한국의 바이오 업계에도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국내 대표 재벌의 주요 계열사 주총에서 국내외 주요 투자자가 재벌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제 재벌이 허점을 보이거나 경영상 의혹을 유발시킬 경우 언제든 외부에서 견제구를 날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재벌도 스스로를 잘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17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가 떠오른다. 재벌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응답자)이 전체의 86%에 달했다고 한다. 재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로는 ‘정경유착’ ‘편법승계’ ‘갑질행위’ 등이 꼽혔다고 한다.

재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이처럼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재벌 계열사 주총에선 “재벌과 재벌을 견제하는 세력 간의 대결 양상”이 자주 표출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한진그룹 주총에서 조양회 회장의 거취문제가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재벌을 겨누는 것은 비단 엘리엇이나 국민연금 뿐이 아니다. 국회의원, 갑질 피해자 모임, 노동조합 단체, 검찰 등의 재벌을 향한 변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예컨대 검찰은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설상가상 “가습기 살균제는 동물의 폐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사회적 책임경영을 외치는데, 일부 계열사가 회장에게 부담을 안기는 형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롯데피해자연합회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을 향해 “갑질 피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신동빈 회장 면담이 무산되자 일본 롯데홀딩스를 향한 원정 항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추혜선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현대차 2차 협력업체 요청으로 최근 “협력업체 보호 하도급 개정안 발의”에 나선 상태다.

지난 주 민노총과 삼성해고노동자 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수사에서 ‘이재용 승계관련 사항’까지 들여다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상장특혜의혹에 대한 부분도 살펴보는 것 아닌가 하는 보도도 뒤따랐다.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을 향한 여러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재벌들의 상황이 이러다 보니 주총에서 재벌을 향한 개혁 요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재벌 계열사들은 주총에서 상대편을 이겼다고 좋아 하기보다 앞으로는 정도경영, 진정한 상생경영, 투명한 승계 진행 등을 펼치는 일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을 두고 무조건 ‘반재벌 정서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 재벌 총수가 구속됐을 때 일부 외신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재벌이나 한국경제를 위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안길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재벌, 대기업이 정도경영, 상생경영, 투명한 승계를 하고 난 뒤에 ‘반재벌’이니 ‘친재벌이니’ 하는 문제를 따져야 할 것이다.

주요 언론기관 여론조사에서 지적됐듯이 정부 주요 기관이나 관료들도 ‘정경유착’ 의혹을 더 이상 유발시켜선 안 될 것이다. 정경유착이 사라질 때 재벌한테 당한 '을(乙)들의 눈물'도 지워질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기업이 많아질 때 내수시장도 활성화되고 기업들이 박수 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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