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경영 강조, 애자일 개발론 · 글로벌 투트랙 전략 제시

▲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포부를 밝혔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은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고객가치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행장은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점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무적으로 1000억~2000억원 정도 더 냈다고 해서 리딩뱅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객을 이익창출의 수단으로 봐선 안되고, 고객자산을 증식시킨다는 명제 아래 은행의 이익도 실현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어 "1990년대에 신한은행은 규모도 작고 이익도 작았지만 한국의 리딩뱅크가 될 거란 확신을 가졌었다"며 "그때와 지금의 신한은행이 뭐가 다른지 직원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진 행장은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에 대한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디지털 전환이 되려면 조직의 변신이 필요하고 디지털 인재도 확보해야 하는데, 사실 한국기업들이 디지털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스템, 조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은행에서 상공계 출신을 뽑아 전환배치를 통해 IT인력으로 키웠지만, 이제는 IT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른바 '디지털 유목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IT개발이나 디지털 사무실을 없애고 개발자들을 전부 현업부서로 배치하는, '애자일 개발론'도 논의 중"이라며 "이같은 돈기호테적 발상을 하지 않으면 변화나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문은 기축통화지역과 금융니즈가 팽창하고 있는 신흥국가에 대한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때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었지만 통화안전성이 굉장히 약한 나라였다"며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해 버리면 국내에서 벌어드린 돈을 외국에 바쳐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원화 강세였던 2007년 엔화 조달금리는 0.3%였지만 리먼 사태 이후 4%로 10배 이상 급등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가능성이 있는 곳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지역에서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며 "특히 성장 중인 베트남에 대한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캄보디아나 미얀마 지역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국내영업 가운데 자산관리(WM) 부문을 집중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기업운용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경쟁이 치열한데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숫자가 줄고 있어 고민스럽다"며 "올해는 우선적으로 WM을 강화하려고 하는데, 이는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의 경영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소호(자영업자) 등에 대한 생산적금융 강화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지난 2월말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시행 후에도 고용을 유지하면 여신금리를 0.2% 감면해 주고 있다"며 "2년 전부터 진행해 온 소호사관학교(8주 교육)를 비롯해 자영업자 컨설팅 강화, 소호본부 설치 등을 통해 최대한 서포트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지원도 확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학국장학회를 통해 연간 2조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상당부분 연체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장학회, KCB와 함께 대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진 행장은 "지난해 12월 행장에 내정된 후 3개월 정도 업무 인수인계 기간을 가졌는데 사실 은행업무가 방대하고 폭이 넓어 전부 마스터 하기는 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하면서 "특히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전 행장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조 회장은 조직안정과 더불어 리테일과 기업여신 부문을, 위 행장은 기관영업을 챙겨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진 행장은 조용병 회장을 둘러싼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우려에 대해서는 "세대교체를 포함해 여러 가지 고민의 결과로 새로운 체제가 출범했다고 본다"며 "향후 상황을 가정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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