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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도 '왕'도 아닌 '일본국 임금'이 최적의 표현이다
'천황'도 '왕'도 아닌 '일본국 임금'이 최적의 표현이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4.02 15: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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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1일 즉위하는 새 임금 연호 '레이와' 발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일본의 차기 군주 나루히토 임금의 연호가 ‘레이와’로 결정됐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몰라도 뭔가 좋은 의미를 가진 단어를 잘 찾아서 정했을 것이 분명하다.

미우나 고우나 우방국인 이상, 국가원수의 취임을 이웃나라에서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

축하도 하고, 앞으로 두 나라 경제 정치 협력도 많이 이뤄지면 좋겠는데, 첫 번째로 일본 군주에 대한 호칭에서 걸림돌이 생기고 있다. 일제침략을 극복한 1945년 이후 지속되는 문제다.

호칭이 애매하면, 상대를 부르기가 거북스러워진다. 이름 부르기조차 거북스럽다면 대화를 진전시키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한일 우호의 관점에서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일이다.

일본은 임금의 칭호로 ‘천황(Emperor)’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것은 한국의 전통 역사관뿐만 아니라 현대의 세계관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 오는 5월1일 즉위하는 나루히토 차기 일본 임금. /사진=AP, 뉴시스.

‘황(皇)’이나 ‘제(帝)’의 칭호를 쓰는 자가 나타나면, 천하에 그의 신하가 아닌 자가 없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 역사관이다. 중국 임금이 황제를 칭했을 때, 우리 조상들은 그가 하늘과 ‘문성(文聖)’ 공자에 대한 가장 큰 제사를 올리는 ‘교황’과 같은 덕을 지녔다는 점에 동의했다. 제3국에서 왕도가 흔들리면, 천자는 자기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이를 바로잡는 의무를 다한다는 사실을 우리 조상들도 동감했다. 그래서 고려와 조선 임금은 중국 임금을 ‘황제’로 더 높이는 의전에 동의한 것이지, 중국의 무력에 굴복한 때문이 아니다. 고려가 거란족 요나라 반대를 무릅쓰고 송나라와 수교한 과정을 살펴보면 명백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 군주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이 단 한순간도 진심으로 그의 덕을 입었거나 천하의 왕도를 대행하는 ‘왕중왕’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일제강점기 35년간, 강압에 의해 그랬을 뿐이다. 오늘날에 이르러 그를 ‘황제’로 부르면서 ‘신칭(신하나 백성을 자칭)’할 일은 더더욱 없다.

또한, 20세기 이후의 보편적 세계관에서도 ‘황제’란 더 이상 자유로운 세상에 설 곳이 없는 사람이다. 굳이 일본이 제국주의 전범국가라는 역사는 거론도 않겠다.

제국주의 시대, 가장 성공적 영토 확장을 한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두고 있을 때 국왕이 ‘인도황제’ 칭호를 잠시 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6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1947년 독립하자, 1948년 황제의 칭호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오늘날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해서는 여제(Empress)가 아닌 여왕(Queen)으로 호칭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벨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군주제가 남아있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엠퍼러’를 쓰지 않는다. 딱 한 나라만 제외하고서다.

20세기에 일본의 ‘엠퍼러’가 외롭지 않은 시절이 아주 잠깐 있었다. 또 한명의 ‘황제’가 탄생했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66년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장베델 보카사는 1976년 황제즉위를 선포했다. 10년 대통령을 한 그는 3년 황제를 하다 1979년 또 다른 쿠데타로 쫓겨났다. 중앙아프리카는 다시 공화국으로 돌아왔다.

이벤트가 아니라 정식 국체를 논하는 자리에서의 ‘황제’나 ‘엠퍼러’는 당연히 이웃에 대한 주권침략적인 속성을 동반한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침략피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치가 이렇다.

그렇다고 해서 외교는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기도 어렵다.

‘천황’ 호칭을 쓰는 일본 군주는 ‘왕’을 격하된 것으로 여긴다.

한국과 일본이 공식 외교행사를 갖는 자리라면, 일본 군주를 ‘천황’으로도, ‘왕’으로도 부르기가 매우 부적절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일반적 의미를 가진 ‘임금’과 ‘임금님’을 우리말에서의 공식 일본군주 표기로 쓸 것을 제안한다. ‘임금’에는 황제부터 왕, 봉건제도에 따른 공후백자남의 작위 등 별도의 주권을 가진 모든 군주가 포함된다. 주권을 갖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친왕’과 같은 높은 지위를 가져도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전 세계 모든 군주에 대해 과도히 높이지도, 지나치게 낮추지도 않는 무난하고 적절한 호칭이다.

이는 현재 한자어로 돼 있는 것들을 순우리말로 되돌리는 운동과도 흐름을 같이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일본이 원하지 않는 격하된 호칭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을 수 있다.

사실, 임금은 상대국 군주에 대해 올릴 수 있는 극존칭이기도 하다. 한민족의 역사를 시작한 단군성조의 또 다른 명칭인 ‘단군왕검’의 왕검은 임금님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에 대해 적대감이 강한 사람들은 불만일 수 있겠지만, 외교의 현장은 서로 예의를 다하는 자리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킹’도 마다하는 일본인들이니 대면한 자리에서 영어로는 ‘Japanese Lord’나 다른 적절한 명칭을 쓰는 것이 서로 못 받아들일 결례는 피하는 길이 되겠다.

따라서 오는 5월1일 일본의 새 임금이 즉위하면 “레이와 임금님(Japanese Lord Reiwa), 감축 드립니다”고 축하를 전하면 되겠다.

동양의 예법에서 높은 분의 휘는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이 아니니 좋은 의미로 새로 정한 연호를 대신 쓴 것이다.

물러나는 헤이세이(平成) 임금은 재위기간, 상징적 군주이지만 일본정부의 군국시대 회귀성향을 견제하려고 애를 쓴 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일관계가 개선돼 한국을 방문하기를 기대했지만 재위기간에는 이를 이루지 못했다. 만년의 건강을 잘 유지해서 두 나라의 선린우호가 크게 개선되는 날 소원했던 한국 방문도 이루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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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9-04-07 05:07:11
천황보다 임금이라는 칭호가 더 어감이 좋다는 게 함정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