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산업 등 재건 필요...한국의 특장점 분야 재건, 발굴해야

▲ 산업통상자원부, 3월 수출입 감소 발표.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최근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한국의 은행 업무 중 가장 강한 것 중 하나는 소매금융 분야"라고 했다. 한국에 들어 온 외국계 은행들이 실패한 것은 소매금융 업무에서 국내 은행들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트남 등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은행 점포에는 번호표를 뽑아들고 고객들이 길게 대기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은행들의 소매금융 업무 경쟁력은 세계 수준급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제가 어렵다.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글로벌 무역환경이 나빠지면서 한국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걱정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나만의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 서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은행들이 외국에 나가 현지 고객들로부터 사랑 받는 것처럼 말이다.

실적이 악화됐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쇼크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주에 잘 버텨주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실적 쇼크, 수출 쇼크에도 외국인들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식을 순매수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만큼 반도체를 잘 만들 나라가 없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 각종 첨단 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더 창출 될 것으로 외국인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죠" 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 발언에 "그런 중요한 영업비밀을 밝혀도 되느냐"며 거들었던 일도 함께 떠오른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자신감 만큼은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 그나마 우리에게 안도감을 안긴다.

외국에 진출한 우리 은행 현지 점포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반도체 분야의 자신감이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살리고 더 발전시키면서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가르침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가 다시 일으켜야 할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 부품 산업이다. 우리는 아직도 완성차 강국이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다시 일어서려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대차가 "수소차 만큼은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겠다"면서 매진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우리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고사 직전에 몰린 것은 "우리 경제 스스로 자살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만같이 완성차 산업이 왕성하지 않은 나라도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글로벌 강자가 되었는데, 완성차 산업 기반까지 갖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가 제대로 된 상생만 했어도 부품 산업이 이렇게 까지 어려워지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부가 협력업체를 보호하는 경제민주화를 좀 더 철저히 했었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이라도 완성차 업체와 정부가 부품업체를 살리려 든다면 우리 자동차 부품 산업은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리자. 그러기 위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재건하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더 발굴하자. 한국의 조선 산업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독보적인 기술을 무기로 중국에 반격하며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 언제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고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추진한다고 한다. IMF도 "한국은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경제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추경 추진에 대해 국민들 상당수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건 우리의 세금이 진짜 중요한 곳에 쓰여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만일 불가피하게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진짜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곳에 사용돼야 할 것이다. 임시방편의 대책에 추경이 쓰여선 안 된다.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납득할 만한 정책부터 마련한 뒤 추경을 논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후대에 부담만 안기는 그런 추경이 남발돼선 절대 안 될 것이다. 우리 경제를 살릴 근본적 방안 추진에 경제정책 당국은 매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 발굴 없이 세금으로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지닌 경쟁력 있는 분야를 재건하고 발굴하는 것도 훌륭한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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