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와 엔화 차이 재확인 · '전 세계 채권은 이제 모두 같이 움직인다'

▲ 노르웨이 오슬로 국부펀드 건물. /사진=노르웨이 국부펀드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신흥국가 채권 투자제외를 전하는 로이터 기사는 언뜻 보기에 한국에 심각하지 않은 느낌을 줬다.

10개 나라이름 옆에 숫자가 적혀있는데, 칠레가 362, 헝가리 63 등이고 한국은 6.3에 불과했다. 이 펀드가 현재 투자하고 있는 채권규모를 나타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10을 넘는 국가의 단위는 백만이고, 한국의 투자단위는 십억이었다. 10개국 중에 한국이 63억 달러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멕시코가 57억 달러로 나머지 8개 나라를 압도하고 있었다.

블룸버그는 9일 기사에서 원화가 올해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통화인데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결정으로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2017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원화가치가 절하됐다고 전했다.

일단 국내에서는 노르웨이의 이번 조치가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을 접할 때마다 드는 의문은 ‘과연 그럴까’다. 물론, 마땅한 대책이 없을 때 불안심리만 가중시키는 것이 더욱 쓸데없는 일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규모와 별개로 이들의 투자가 갖는 상징성에 비춰볼 때 이번 결정이 대단히 아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한국 경제의 신인도 평가와 전혀 무관하고 이 펀드의 거시적인 투자전략에 따른 결정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외신들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이번 결정은 주식 투자 비율을 70%로 높이는 반대급부로 이뤄졌다. 주식을 더 투자하면서 다른 투자위험을 줄이는 보완대책으로 신흥국 채권 비중 축소가 나온 것이다.

주식 비중을 이렇게 높이는데도 노르웨이에서는 ‘연금사회주의’같은 얘기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국에서는 2004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주식시장 투자기반 확충 법을 만들 때 ‘연기금사회주의’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연금사회주의’로 변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초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2017년 제시한 것은 미국달러와 유로, 영국파운드 표시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약간의 절충이 이뤄졌다. 일본엔화와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표시 채권 등이 투자대상으로 남았다.

신흥국 통화인 원화와 세계 최대안전 통화 엔화의 차이가 또 한 번 드러났다. 이것은 외환시장에서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거의 매일 확인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노르웨이국부펀드가 채권 투자대상을 줄이는 이유는, 최근 들어 전 세계 채권이 모두 비슷한 등락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양한 채권에 투자해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만 더 커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르웨이국부펀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장기우량 투자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투자자가 떠나는 것이 절대 반가운 뉴스일 리가 없다. 특히 경제상황이 불투명할 때 시장금리 상승을 초래할 여지가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이번 조치로 한국채권을 모두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재량으로 포트폴리오 5% 이내에서 투자할 수 있다.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10개국 가운데 한국채권 투자 규모는 러시아 12억 달러, 폴란드 10억5000만 달러, 태국 2억4100만 달러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한국시장이 이들 국가보다 훨씬 더 크게 선호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별투자자의 재량투자를 최대한 지속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혹시 있을 국내 시장 충격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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