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관치금융?... 웰스파고 회장은 어떻게 쫓겨났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래얼 브래너드 이사는 Fed의 통화정책 뉴스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6년 지속적으로 금리인상 유보를 주장한 ‘비둘기파’ 인사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브래너드 이사가 9일 로이터 기사에 등장한 것은 ‘매’나 ‘비둘기’, 통화정책,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전혀 무관하다. 로이터는 그가 미국의 4대 은행장 가운데 하나를 날리는 ‘저승사자’였음을 전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기사에서 팀 슬론 전 웰스파고은행 회장이 지난달 사퇴한 과정에서 금융당국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도했다.
 

▲ 래얼 브래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이사. /사진=Fed 홈페이지.


로이터는 지난달 13일 브래너드 이사가 이 은행의 직원 세 명을 만나 지난 3년간 은행문화가 개선됐는지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만남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웰스파고은행은 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실적압박으로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도용해 허위계좌를 만드는 등의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브래너드 이사를 만난 세 명의 직원은 권익옹호단체인 ‘더 나은 은행위원회’ 소속으로 이 단체는 로이터에 이들의 만남을 확인했다.

로이터는 당국자들이 소비자옹호단체나 재계단체를 만나는 일은 있어도 Fed 이사가 개별회사의 직원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로부터 2주일 후 슬론 회장은 사퇴를 발표하고 사흘 후 공식적으로 퇴진했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슬론 전 회장이 금융당국자들에게 개선의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그를 퇴진시켰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 취임했던 슬론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개선계획을 마련했지만, Fed의 냉랭한 반응만 얻었다. 며칠 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의회에서 만족할만한 개선이 없다면 Fed가 웰스파고은행에 징계조치로 부과한 자산규모 제한을 풀어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더 나은 은행위원회’와 은행 내부에 따르면, 직원들 설문조사 결과 은행원들 사기가 매우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경영진은 이를 긍정적으로 포장한 입장을 밝혔다. 직원들은 이 글에 수 십 개의 댓글로 경영진의 소통부재를 질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브래너드 이사가 직원 세 명을 만나던 날, 슬론 당시 회장은 미국의회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은행측은 당국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에 슬론 회장의 증언 내용을 미리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청문회에서 슬론 회장은 자신들의 그동안 노력을 강조했다. 이 때까지도 그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청문회 출석 직후 OCC는 은행의 개선 노력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슬론 회장의 퇴진은 이 때 거의 확정적이 됐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다음날 웰스파고은행은 슬론 회장의 급여가 5% 인상된다고 밝혔다. Fed는 이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경영”을 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일주일 후 파월 의장은 웰스파고은행이 “겉잡을 수없이 망가졌다”며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들의 연이은 비판에 마침내 슬론 회장은 퇴진하기에 이르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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