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인콰이어러, 돈 주고 산 특종 저버리고, 물의 빚는 기사 내보내더니

▲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 아마존 CEO.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특종은 기자들에게 ‘홈런’이다.

기자들은 훌륭한 특종기사를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성공한 언론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뛰어난 취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지구상의 모든 특종이 기사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실 언론계 어두운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얘기다. 특종을 해놓고 이걸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이비기자의 폐해가 드문 일이 아니다.

기자가 자기만 알고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중간에 정보가 나갈 경우 혼란만 초래하고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때가 있다. 기자는 ‘지사(志士)’의 정신을 갖춘 선비이기도 하다. 보도가 세상에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많이 가져온다고 판단될 때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취재원들은 기자의 이런 모습을 알게 되면, 더 한층 깊은 신뢰를 갖게 된다.

특종을 포기한 것이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 구분하는 반응은 취재원의 반응으로도 알 수 있다.

금품 목적으로 특종을 저버리는 기자는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경멸을 살 뿐이다. 그러나 공익을 헤아려 특종을 포기하는 기자는 취재원들에게 이 세상 단 하나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으로 신뢰를 받는다.

아예 특종 자체를 기사를 안 쓰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타임스의 11일 표현에 따르면 ‘캣치앤킬(catch and kill)’ 행태다.

미국의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간의 성추문 의혹을 처리한 방식이다. 인콰이어러는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건네고 이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어떻든 돈을 주고라도 단독 보도를 할 수 있는 ‘특종’의 기회를 잡았는데 이 신문은 오히려 비밀로 묻어두려고 했다.

인콰이어러는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줄 서서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문이다. 진실보다 자극적 제목에 주력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콰이어러가 진짜 특종은 내던지고, 커다란 제목과 함께 보도한 기사 가운데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아버지, 존 F 케네디 암살 연루!’가 있다. 크루즈 의원이 2016년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경쟁자였을 때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선거를 치를 때 이 신문은 ‘힐러리 클린턴 뇌종양 사연’ ‘힐러리, 6개월 시한부 인생’ 등의 허위 기사를 내놓았다.

타블로이드 언론인 이 신문은 열렬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성향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허위보도를 하면서까지 트럼프 지지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 신문의 모회사인 어메리칸미디어 데이비드 페커 회장은 극단적 트럼프 지지자다.

맥두걸에게 돈을 주고 비밀약속을 받은 것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언론의 선을 넘은 것이다. 인콰이어러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이와 함께 향후 3년 동안 절대 불법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게 끝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인콰이어러는 올해 초, 이혼을 앞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의 불륜을 보도했다. 베조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의 사실상 최대주주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포스트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베조스 회장의 역공과정에서 제기됐다. 베조스 회장에 따르면, 인콰이어러 보도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와 무관하다고 그가 발언하지 않을 경우 그의 사생활 사진을 보도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는 맥두걸 사건 때 검찰과의 약속에 어긋날 소지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어메리칸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채덤자산운용은 페커 회장에게 인콰이어러 매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관에 누운 모습도 보도했던 내셔널인콰이어러가 인수자를 찾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1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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