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금융위원회, 금융위기 10년 청문회에서 '노예착취' 질문도

▲ 맥신 워터스 미국의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이 10일 7개 은행장들이 출석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융서비스위원회 유튜브 동영상 화면캡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요즘 들어 미국이 한국처럼 보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사람들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우리가 미국을 잘 모를 때 상당히 달라보였던 건지는 모를 일이다.

10일에는 미국의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흔하게 보던 장면을 드러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사실 한국 국회가 이 정도는 아니다 싶은 면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날 미국의 7개 주요은행장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2009년 금융위기 10년 후 미국은행들이 얼마나 건전해 졌는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은행장들 앞에 놓고 7시간동안 정치다툼하다 끝났다. 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은 회의 말미 이를 의식한 듯 내년에는 은행장들이 작은 그룹으로 출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석한 은행장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어메리카 회장,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 마이클 코배트 씨티그룹 회장 등이다. 뉴욕멜론과 스테이트스트릿은행의 은행장들도 출석했다. 이 가운데 다이먼 회장만 금융위기 때부터 같은 자리에 재임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결 같이 의원들이 10년 전과 달리 정책보다 정치의견을 더 늘어놓았다고 전했다. 위기를 크게 극복해 은행건전성이 개선된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의원들이 대중적 관심이 높지 않은 전문적 내용보다 정치선전에 더 주력한 때문은 아닌가 따져 볼 여지도 있다.

짐 하임스 공화당 의원의 당연한 질문은 이날 비교적 높은 수준에 속했다. 그가 현재 은행시스템 최대 위험요소를 묻자 은행장들은 2008년 위기를 초래한 모기지금융을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은행장들은 그 대신 사이버안전과 부실기업대출을 지적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가 총기산업 지원을 안하기로 한 데 대해 양당은 치열한 정치다툼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호평한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비판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앨 그린 민주당 의원으로 그는 의원들에게 “백인 남성이 아닌 분 손들어보라”고 물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그는 은행장들에게 여성이나 유색인종의 후임자에게 물려줄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은행이 노예제도의 덕을 본 것이 있나”라는 질문도 던졌다. 다이먼 회장만 이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JP모건체이스는 남북전쟁 전 이 은행이 담보로 수 천 명의 노예를 받았으며 수 백 명의 노예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적이 있다고 2005년 밝혔다.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년간 은행들이 당국의 징계를 받으면서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낸 것을 열거하면서 과연 은행들이 변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지역구의 젊은이들이 지하철개찰구에 뛰어들면 감옥에 가는데 금융위기를 초래한 대형은행 직원들은 충분히 처벌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앞서 팀 슬론 전 웰스파고은행 회장이 출석했을 때 정책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던 것에 비하면, 좀 더 의미가 깊은 지적이었다.

다이먼 회장은 “지하철개찰구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감옥에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옥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갇혀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법을 어긴 사람은 감옥에 가야한다”고 답변했다.

미국 의회의 질문수준이 이날과 같다면, 한국 국회보다 수준이 월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사실 한국 국회는 이보다 훨씬 더 무서운 출석증인을 괴롭히는 기술이 있긴 하다. 오전 9시부터 최소한 8시간씩 사람을 출석시켜놓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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