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기업에 팔리면 시너지 클 듯...아시아나 강해지면 대한항공도 쇄신 가속

▲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이명박 정부 때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산업은행의 한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당시에도 그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어렵다”고 했다. “삼성 같은 곳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수출상품 운송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은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수출상품 운송 같은 든든한 수익원이 있어야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시 산업은행 부행장은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흘렀다. 아시아나항공이 드디어 새 주인을 찾는다고 한다. 언론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어느 대기업에 팔릴지를 놓고 점치느라 분주하다. SK, 한화, CJ, 애경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인수 가능성 있는 기업으로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이 있겠느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항공사 경영환경이 ‘로또 같은 사업’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항공은 부침이 심한 대표 업종이다. 달러가치 변동 및 환율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업종이다. 유가 동향에 좌불안석일 때도 많다. 저가항공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단거리노선 경쟁은 격해질 대로 격해져 있다. 국내노선은 KTX 등과도 경쟁해야 한다. 항공 산업은 겉은 화려한데 실속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글로벌 무역둔화 속에 상품 수송 물량도 줄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을 누가 사갈지에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자는 과거 산업은행 부행장이 말했던 것처럼 재력있는, 그리고 수출 좀 많이 하는 그런 막강한 대기업이 인수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만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는데, 이 또한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으려는 발언으로 인식하고 싶다.

아시아나항공을 막강한 대기업이 인수해 갈 경우 대한항공도 그간의 갑질논란에서 벗어나 경영쇄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한항공은 사실상 항공독점을 해 왔다. 아시아나가 충분히 견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세차이가 워낙 컸던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오너 갑질로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 불거졌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독점구조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더라면 대한항공도 보다 겸손한 경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대한항공도 기로에 서 있다.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그룹을 주시하는 시장의 눈초리도 매섭다. 아시아나항공이 막강한 대기업에 인수되면 대한항공을 향한 혁신, 쇄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결정은 금호그룹 뿐 아니라 한진그룹에도 예민한 이슈가 될 수 있다. 누가 인수하든 지금의 주인보다 막강한 재력을 가진 곳이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매각을 계기로 보다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잘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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