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들 72%가 "여성도 군대가야 한다"는데...

▲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 메인스타디움에서 2015년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한 참가자가 제복을 갖춰입고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장관급인 국무총리 실장을 지낸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제복입은 사람’에 대한 애착이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에 대해 설명했다. 2003년 그는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을 맡고 있었다.

이때 북핵 위기와 전염병 사스의 유행으로 인해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지 얼마 안된 후였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만큼 무서운 것이 달리 없던 시절이다.

반기문 당시 청와대 외교보좌관이 권태신 국장, 차영구 국방부정책실장(당시 중장)과 함께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를 방문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변경의 예고편으로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린 직후였다. 권 국장은 그야말로 ‘관운’을 걸고 미국방문에 나섰다.

무디스 방문을 마치고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 피치를 만나기 위해 홍콩에 있던 중, 무디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홍콩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다니는 가운데 세 사람은 기뻐서 몇 분 동안 펄쩍펄쩍 뛰었다고 한다.

무디스와 회의할 때, 반기문 보좌관의 유창한 언변과 함께 별 세 개의 계급장이 달린 차영구 실장의 군복이 이 사람들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았다고 권태신 부회장은 회상한다.

그가 강조하는 ‘제복 입은 사람’에 대한 예우와 대우는 이런 것이다.

훌륭한 나라의 격은 군복 입은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와 직결된다. 국가에 대한 희생과 봉사에 대해 충분히 보답을 하는 나라에서 국민들은 뒷걱정 없이 애국을 하게 된다.

최근 한국사회 병역제도는 이런 덕목과는 좀 동떨어진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군 복무자에 대한 취업가산점이 차별시비를 가져와 폐지되더니, ‘양심적 대체복무’가 거론됐다.

주로 수세에 몰리는 입장이었던 젊은 남성들이 마침내 반격에 나서 ‘여성도 징집대상이 돼야 공평하다’는 반격을 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20대 남성 72%가 ‘남자만 입대는 성차별’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한 세대 전에, 어린 남성이 억울한 심정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간 어른 남성들로부터 “못난 놈”이란 꾸중만 들었다.

이 때는 성의 차별, 또는 차이를 절대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모든 논리가 이런 전제에서 출발했다.

남자가 군대를 가야 전력이 유지되고, 이런 희생은 세상을 남자가 지배하는 댓가라고 이해됐다.

지금은 남녀의 차이를 절대적이고 극복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자체가 차별적 편견을 포함할 소지를 안고 있다.

취업, 가정대소사 등 모든 면에서 남녀가 동등해지는데 왜 병역은 남자만 징집대상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기술문명이 바뀌어서 남녀 간의 물리적 차이도 협소해졌으면 병역을 좀 더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엉뚱한 사람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갈수록 심각하게 거론되는 주제다.

유치하고 소모적인 성차별적인 논란에만 휩싸이지 말고 근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과연 한국은 ‘제복 입은 사람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느냐다.

신앙의 이유로 징집을 거부한 사람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부른다. 그렇다면, 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완수한 사람은 ‘양심불량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대해 국가는 좀 더 명쾌하고 분명한 대답을 해 줄 필요가 있다.

희생과 봉사가 제대로 평가받는 나라라면, 젊은 남녀들이 ‘니가 가라. 군대’라면서 유치한 논쟁을 벌일 일도 없다.

군대를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말 없다.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본인이 군대를 한번 갔다 와서 다시 얘기하자. 그 때는 무슨 얘기든 경청해 줄 것이다.

군대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수준의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남보다 고생을 덜한 군인에게 군대란, 더 험한 일을 하는 군인들을 마주 쳤을 때 부모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나는 곳이다. 그게 바로 ‘제복’에 대한 존경심이다. 군대를 갔든 안 갔든 이 존경심을 모든 국민이 공유하느냐 안하느냐가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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