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피겨여왕' 김연아(23)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위기관리 능력이다. 

 

그는 경기도중 커다란 실수를 하더라도 곧바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서 평상심을 잘 찾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것이 바로 김연아의 저력이다. 8일 새벽(한국시각) 끝난 크로아티아 대회 우승도 바로 이런 대형 실수 뒤의 위기관리 능력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김연아는 이날 새벽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1.12점을 획득, 지난 6일의 쇼트프로그램(73.37점)과 합해 총 204.49점을 받았다. 

 

김연아가 이날 받은 점수는 2006~2007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나선 국제대회에서 받은 점수 가운데 5번째로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승이었다.

 

하지만 과정은 아슬아슬했다. 경기도중 또 다시 넘어지는 대형(?)실수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가장 난이도가 높은 점프를 실수하고도 고득점할 수 있었던 것은 '임기응변'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덕분이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연기 초반부터 큰 실수를  범했지만,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점수를 끌어올렸다.김연아는 자신의 주특기이자 프로그램 구성요소 중 가장 기본점이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다가 넘어졌다.트리플 러츠를 뛰고 착지하다 삐끗한 김연아는 넘어지면서 트리플 토루프를 아예 뛰지 못했다.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기본점이 무려 10.10점에 달하는 고난도 점프다. 그간 김연아가 고득점 행진을 벌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무기가 바로 이 점프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만 뛴 것으로 처리됐다. 기본점이 10.10점에서 6.00점으로 떨어졌고, 수행점수(GOE)가 2.10점이나 깎였다. 넘어지면서 빙판에 몸이 닿은 탓에 감점 1점도 받았다.깔끔하게 뛰어 기본점을 다 받았을 경우를 고려하면 무려 7.20점이나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다운 기질이 그대로 연기에 묻어 나왔다.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뛰며 각각 1.12점, 0.70점의 수행점수(GOE)를 챙겼다.스핀과 스텝시퀀스로 연기를 이어간 후 김연아의 '임기응변'이 빛을 발했다. 그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한번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연아는 스텝시퀀스를 마치고 당초 트리플 러츠만을 뛸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깔끔하게 트리플 러츠를 성공시키더니 이어 곧바로 더블 토루프를 연결시켰다. 첫 점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재치를 발휘한 것이다.경기 시간 절반이 지나면서 기본점에 10％의 가산점이 붙는 상황이었다. 연기 후반부에 트리플 러츠만 뛰면 기본점은 6.60점이다. 김연아는 더블 토루프를 붙이면서 이 점프의 기본점을 8.03점까지 끌어올렸다.

 

기업들은 종종 스포츠 정신을 기업 경쟁력 강화에 접목시키곤 한다. 유명한 야구 해설가나 칠전팔기의 권투선수가 기업을 상대로한 강의에서 명강사 대접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번엔 김연아가 많은 사람과 기업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비록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잘 만 극복하면 반드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김연아가 스포츠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증해 준 것이다.

 

이와관련, 김연아의 후원사인 국민은행 관계자는 "김연아가 경기초반 큰 실수를 하고도 특유의 위기관리 경험으로 실수를 만회하고 우승해 더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연아가 경기하는 빙상장엔 KB금융그룹, KB국민은행, 삼성전자, LG전자, 맥심, LPG E1 등 한국 유수기업 광고간판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었다. 이들 대한민국 간판기업들이 김연아 경기에 왜 열광하는지를 김연아가 경기를 통해 잘 보여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