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애플 소송도... 삼성은 너무 ‘똑같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닌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화면오류 시비가 중국 홍콩 출시행사 연기로 이어지고 있다.

항상 새로운 일을 앞장 서 하는 사람에게는 찬사와 함께, 비판 질시어린 경계도 함께 쏟아지는 법이다.

삼성전자는 화면보호막을 벗기면 안 되는데 벗겨서 발생한 오류로 보인다고 해명하고 있다.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요즘 따라 해외언론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칭송하는 것을 자주 본다. 현대자동차 포니만 해도 최근 한 달에 한 번씩은 새로운 재조명 외신기사가 등장했었다. 가진 것 없이 반도체 최강자를 넘어 스마트폰 최대 공급자가 된 삼성이니 이런 작은 문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

만약 단순한 보호막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공개된 것이라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백년대계를 위한 대대적인 책임추궁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삼성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다시 생각할 여지는 있다.
 

▲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지난 2월20일 미국에서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다. /사진=AP, 뉴시스.

알려진 사례들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앞선 다른 갤럭시 제품들처럼 사용에 앞서 비닐막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폴더블폰에서는 이게 단순히 긁히는 것만 막는 것이 아니라 핵심부품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뜯어내려고 하지 않았어도 일부는 가장자리가 느슨하게 풀려있던 모양이다.

일상생활이 무지하게 바쁘게 돌아가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라면, 스마트폰 끄트머리에 비닐조각이 약간 벌려 있는 것을 일삼아 더 잡아 뜯거나 하지 않을 듯하다. 게을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야 당연히 비닐 틈이 벌어진 것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만.

그런데 제품수명이 다 하도록 스마트폰 비닐에 절대 손을 안댈 정도로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 듯 하다. 삼국지 유비도 제갈량을 비롯한 지역 명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손으로는 털로 돗자리를 짜는 손장난을 하다가 제갈량한테 핀잔을 듣지 않는가.

웬만한 사람은 이런 산만함의 속성을 갖고 있다.

폴더블폰을 만든 삼성전자 직원들처럼 이른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서 늦게까지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로서는 고객이 이리저리 뒹굴면서 제품을 만지작거리는 걸 잘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주머니에 얌전히 들어가 있을 걸 생각하면서 만들다가 험한 주인을 만난 건 아닌가.

삼성은 앞서도 기술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배터리에 맡기려다가 대량회수의 수난을 겪은 적이 있다.

그런데, 특히 스마트폰 주인들이란 대부분 ‘험한 주인들’이다.

이걸 가지고 별별 쓸데없는 짓을 이리저리 다해 본다. 중요한 건, 그 가운데 혁신을 이끌어내는 느닷없는 발상도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7년 전 소송부터 돌이켜보면, 삼성의 세계최고 기술력은 못 닿는 곳이 없는데 생각이 미치지 않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애플의 소송은 어려운 기계부품을 만드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그건 오히려 지금도 애플이 삼성의 신세를 지고 있다.

손으로 화면을 키우고 줄이는 줌인, 줌업과 같은 기능은 생각만 떠오르면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삼성에겐 일도 아닌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애플에만 떠오르고 삼성은 이를 뒤따라왔다.

삼성은 아직도 ‘범부(凡夫)’의 마음을 파고들기에는 너무 모범생들만 모여 있는 게 아닌가라는 약간의 논리도약까지 하게 된다. 뭔가를 새롭게 만든다고 할 때, 기술적으로 정말 어려운 걸 만드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생활 속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들일지는 ‘글쎄’다. 갤럭시 전화기를 살 때부터 깔린 수두룩한 앱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월스트릿저널 기자가 동영상에서 폴더블폰으로 핫도그를 싸먹은 걸 두고 갤럭시 애호가들이 분개하고 있다.

이 기자는 스마트폰으로 삼성의 성명서를 보면서 읽어 내려갔다.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읽는 모습이 영락없는 폴더블폰이었다. 조롱한다고 만든 동영상인데 실제로는 ‘쓸 수는 있는 전화기’라는 암시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최소한 성명서 읽는 것만큼은.

목말라 꿀물을 달라고 했을 때 농부가 흙을 퍼주니 삼국지 원술은 피를 토하고 죽었지만, 춘추시대 중이는 “장차 땅을 얻게 될 징조”라고 좋아했다. 과연 중이는 춘추시대 역사를 바꾼 5패의 두 번째 진문공이 됐다. 매사를 기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어려운 일을 닥쳤어도 긍정과 낙관을 잃지 말아야 좋은 반전이 다가온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꼼꼼이 따진다는 전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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