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원도 좋지만 종소기업, 자영업자 대책이 더 시급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미국경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중국경제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경제도 최악은 아니다. 한국의 수출시장들이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수출은 추락하고 경제는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연출하며 나 홀로 추락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컸던 게 문제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다 보니 한국의 경제지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게다가 경제 저변이 약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설 땅을 잃어가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미국도 반도체 업종이나 자동차 업종과 같은 일부 업종은 확연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은 최근 매출 부진 속에 주가 추락을 겪었을 정도다.

그런데도 미국경제는 건재를 과시한다. 1분기 성장률이 3.2%로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3월 개인소비지출 증가율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에선 반도체나 자동차 말고 다른 섹터들이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를 비롯한 미디어 기업들의 활약, 여전히 건재한 은행업종, 헬스케어-바이오 기업들의 선전 등이 두드러진다. 미국도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새로운 업종에서 경제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증시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최근 양호한 흐름을 보일 만큼 경제 전반이 안정된 상황 속에 있다. 미국의 중소기업들도 나름의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최악의 위기를 겪은 후 올해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위기탈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형 SUV 등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지난해 보다는 나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 첫 번째 요인은 우리 경제에서 어머어마한 비중을 차지했던 반도체 수출이 줄고 반도체 가격이 추락한 탓이다.

한국 경제의 악화 요인은 이 뿐만이 아니다. 반도체나 자동차, 금융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한국 경제를 지탱할 만한 대체 업종이 빈약하다. 게다가 한국 경제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그런대로 버티고 있지만 중소기업들도 밀려나고 있다. 경제 저변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극화가 심해지고 내수 또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미래 전략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대기업은 스스로를 개척해 나갈 힘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정책에도 세심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바로 경제 양극화 해소다. 대기업한테 갑질을 당하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많다. 경제난이 가중되고 민간 소비가 움츠러들다 보니 자영업자들도 여기저기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미래 전략사업 지원만 할 게 아니라 대기업에도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 이제 대기업들도 일감몰아주기,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그만 두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이 유착된 사례가 있다면 그것도 근절해 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저변이 단단해지고 일부 업종이 무너져 내려도 경제 전반이 휘청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1분기 실적이 호전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현대모비스도 1분기 실적이 괜찮았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현대모비스의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여러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이 해소됐는지도 묻고 싶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은 현대자동차 그룹을 향해 현대모비스를 현대자동차에 합병시켜서라도 자동차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지금 왜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강조컨대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등은 나름의 미래를 열어갈 힘 있는 대기업들이다. 그러나 자영업자, 중소협력업체들은 다르다. 정부가 경제 회복에 매진할 거면 보다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추경도 좋고 대기업 미래사업 격려도 좋지만 경제양극화 해소를 위한 보다 세밀한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중소 중견업체, 자영업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경제 저변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반도체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경쟁력 있는 업종들을 육성해 나가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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