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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혼식'을 한다면서 청첩장에 계좌번호?
'작은 결혼식'을 한다면서 청첩장에 계좌번호?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5.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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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 안내 자체는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꼭 가야 하는 사람의 결혼식인데, 도저히 갈 수 없는 먼 곳이다.

“예식장이 어디야?” 하고 토요일 오전에 청첩장을 다시 확인했더니 고속버스가 안 막혀도 세 시간은 걸릴 곳이다. 차라리 당일 오전에 확인하니 핑계라도 생겼다. 미리미리 확인했다고 한들 갈 만한 계제는 아니었다. ‘국토의 균형개발’과 함께 이제 결혼식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소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일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서둘러 갈 만한 사람을 물색하는데, 대부분 너무 멀어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고 한다. 어찌어찌해서 이미 전날 가 있는 사람을 찾긴 했다. 그런데 그가 이날 대신 전할 축의금이 거의 백만원 돈이다. 두 사람 가운데 하나라도 인터넷뱅킹을 안한다면, 거기다가 “내 것도 좀...”이라는 말이 차마 나오질 않는다.

청첩장에 축의금 보낼 계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래서 누구나 한 번씩 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혼주가 되면,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모두 축하해주세요”라는 청첩장을 대놓고 ‘청구서’라고 쓰는 기분이다.

경험을 한 번씩 해본 사람들은 받아볼 때 계좌번호 안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보내는 사람이 더 꺼리게 된다.

그래도 최근 들어 이런 청첩장이 조금씩 늘긴 한다.

아직은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 초창기에는 카카오톡 청첩장도 꾸중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많은 사람의 편의를 높이는 일이라면, 시간과 함께 자연히 관행으로 정착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상당히 다른 경우가 있다.
 

▲ 성대한 결혼식의 대명사인 영화 '대부'의 한 장면. /사진=유투브 동영상 화면캡쳐.


청첩장에 계좌번호가 있는데, 서두에 또 다른 안내말이 있다.

“작은 결혼식이니 마음으로 축하해 주세요.”

이렇게 써놓고 계좌번호를 적어놓고 있다.

열이면 열사람 모두 “오지는 말고 돈만 보내라”는 소리로 알아듣는다.

판에 박혀서 나오는 웬만한 결혼식 피로연 식사는 아무리 업체가 고액을 받는다 해도, 그걸 못 먹어 애태우는 사람은 없다.

출입이 통제되는 피로연장 내부에 물도 없어서 테이블 위의 음료를 마셔야 되는 이런 자리가 교양의 측면에서 절대 고급스런 연회가 아니다.

그러나 어디 남의 잔치 밥을 축내러 결혼식을 가나. 축하도 하고, 또 모처럼 아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식사도 같이하고 끝나서 커피도 한 잔할 마음으로 가는 것이다.

풍속에 허영심이 곁들여 별로 축하할 관계도 아닌 사람을 불러 모으고, 감당 못하게 많이 온 사람을 소홀히 대접하는 폐단이 있으니 ‘작은 결혼식’ 운동이 생겨난 면은 있다.

좋은 취지인 것은 분명한데, 어떻든 한정된 초청 대상이 아니면 결혼식 왕림은 사절한다는 분명한 뜻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축의금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몇몇 ‘작은 결혼식’ 혼주는 막상 때가 되니 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지금까지 자기가 축의금을 한 게 얼만데, 나는 왜 못 받냐는 것이다.

부조(扶助)금이란 말이 ‘서로 돕는다’는 뜻이 있다. 때가 돼서 돌아가며 돕는 계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 집 때가 되면 우리도 받겠다는 마음 자체는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작은 결혼식’을 할 집안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세대의 입장차이를 서로 무시하지 말아야

요즘 결혼식은 갈수록 신랑신부 당사자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예전처럼 태어난 직후에 한 번 본적 밖에 없는 산간벽촌의 당숙 왕고모가 모두 버스를 대절해 상경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정말 두 사람 관계를 잘 아는 친구들만 초청하려는 예비부부도 있다.

그래서 ‘작은 결혼식’을 하는 것인데, 과연 양가의 부모들로부터 충분히 동의를 받은 것이냐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결혼으로 한 몫을 챙기기보다는, 이번에 모인 돈으로 자식내외 신혼살림도 보태 줄 생각이 앞섰을 터다.

신랑신부 다음으로 결혼식에 가장 관련이 깊은 부모가 본인들의 오랜 생각을 흔쾌히 접어야 가능한 작은 결혼식이다. 가족들이 이런 합의에 실패했을 때 생겨나는 게 ‘작은 결혼식’ 청첩장의 계좌안내다. 집안의 이름으로 결례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양식을 갖춘 대부분 사람의 마음이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평소 안 그러던 사람인데 만인이 보기에 매우 볼썽사나운 일을 했다면, 대개는 시대 변화의 와중에 개념이 흔들리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화를 내가 먼저 실천하겠다면, 관습에서 오는 혜택을 먼저 포기할 용기를 함께 가져야 한다.

하지만, 결혼과 같은 가족의 큰 일은 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부모가 자식 잔치 때 국수한 그릇 안 돌리는 사람이 될 용의를 갖고 계신지도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에게 두고두고 마음의 짐이 될 것 같으면, 이런 좋은 실천을 내가 자식 결혼시키는 부모가 됐을 때로 미루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 엄마 아버지 친지들이 몰려오는 게 싫어서 하는 ‘작은 결혼식’이라면, 그건 그냥 뜻대로 강행하면 된다. 부모는 자식의 이런 심정을 잘 살펴서 절대로 지인들이 내 자식한테 감사받지도 못할 축하를 전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하면 되겠다. 이 자식내외를 앞으로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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