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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이재용 만남 그 이후...하고 싶은 말
대통령과 이재용 만남 그 이후...하고 싶은 말
  • 최원석 기자
  • 승인 2019.05.05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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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장관들은 이제 재벌 못지않게 더 힘든 경제적 약자들과도 접점 넓혀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 대통령이 삼성의 오너를 만난 일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한쪽에선 “잘 한 일”이라고 박수를 보낸다. 다른 한편에선 “개혁을 의심케 하는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지적한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삼성그룹 윗선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고 대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앞둔 상황이라 이번 논란은 더욱 민감성을 고조시킨다.

기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번 만남을 판단하고 싶다.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이뤄진 순수한 만남이라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경제란 여러 주체가 힘을 합칠 때 시너지를 내고 활력을 얻을 수 있다. 기업들을 향해 누군가 잘 한다고 응원하면 신이 나서 더 열심이 할 수 있는 게 기업인의 생리라고 여긴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미 핵심재벌 총수를 만난 상황에서 최근 경제부총리도 재벌 관계자들을 만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대해선 “너무 대기업만 바라보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게다가 이전의 경제부총리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과 현 정부 간 경제활성화를 위한 교감은 이미 충분히 이뤄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이 최근 “대통령의 말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 말 속에 많은 것이 내포돼 있다고 본다.

그런 만큼 이제 경제 부처의 장관들은 삼성 등 재벌 총수 보다는 다른 경제현장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주요 재벌 총수를 만난 만큼 경제부처 장관이나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은 대기업 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중소협력업체, 대기업에 갑질 당한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과 만나 그들이 처한 실상을 골고루 살피고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책을 마련하면 어떨까하는 주문도 해 본다.

지금 삼성과 같은 재벌들은 투자 여력이 없어 주저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은 비전이 있는 곳이라면 정부가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돈을 쏟아 부을 것이다. 삼성 정도의 세계적 기업이라면 지금 미래의 새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삼성, 현대차, SK, 포스코,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들은 현 정부 초기에 앞 다퉈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투자가 생각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면 그건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반도체 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시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투자를 보류하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다.

극히 일부겠지만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가 생각만큼 투자 여건이 좋지 않아 ‘발표는 거대했지만 이행은 별로인 대기업’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 초기 여러 재벌이 너도나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을 때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은 일부 그룹의 투자 계획에 대해 “무리한 투자 계획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벌을 향해 투자를 격려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다만 무리하게 몰아 부칠 일도 아니라고 본다. 현실보다 의욕을 앞세운 투자는 자칫 상황만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만 해도 그렇다.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은 역할 분담을 잘 해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이어 경제부처 장관마저 재벌기업 위주로 회동하는 것 보다 접점의 포인트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재벌은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중심축이기도 하지만 협력업체들과의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한편으론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재벌 위주로 만나게 되면 “경제 대책을 너무 쉬운 곳에서 찾으려 하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 투자격려를 할 때 다른 경제부처 수장들은 “나도 재벌을 만나야 겠다”는 발언 보다 “나는 다른 어려운 곳을 찾아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에 대한 기대도 해 본다. 그렇게 할 때 역할 분담과 균형에 맞는 경제 행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일각에서 “재벌만 바라봐선 안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해선 안된다” “너무 추경 중독에 걸린 것 아니냐”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되새겨볼 만한 대목으로 간주된다. 정책을 책임지는 분들에겐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지보다는 음지를 더 살피면서, 쉬운 길 보다는 더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갔으면 하는 주문도 해본다. 게다가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앞둔 총수와의 만남과 관련해서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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