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서울 외환시장의 지난 3일 마감은 쇼트트랙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선수가 결승점에서 한 발을 내밀어 우승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이날 외환시장은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조절하려는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가득했다.

내내 1170원 아래에 머무는듯하다 마감 직전 달러매수세가 거세지면서, ‘빅 브라더’가 단속할 틈도 없이 1170.0 원에 ‘터치다운’한 뒤 바로 마감됐다.

지금까지 사례에 비춰, 이 같은 ‘버저비터’ 1170원이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가져올 것이냐가 주목된다.

이와 같은 시장의 모습이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를 시험하는 행위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다음 거래일 개장직후 대대적인 ‘진압작전’이 전개돼, 개입에 따른 ‘자욱한 연기’가 사라지고 나면 모든 달러매수 주문이 사라져 있는 때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당국의 ‘승벽’이 전 같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냐를 더 많이 고려한다는 얘기다.

원화가치는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지난 1분기 중 마이너스 0.3%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일거에 수세에 몰렸다. 해외시장에서 조금만 위험회피 심리를 확산시키는 일이 벌어져도 원화환율이 특히 크게 상승한다.

지정학적으로는 북한이 4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까지 겹쳤다. 북한이 ‘아직은 제한적 행동에 나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미국 역시 제한적 행동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온 분위기가 언제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가 더 역력해졌다.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는 가늠이 쉽지 않다.

미국의 지난 4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취업자수 증가가 26만3000명에 달해 예상됐던 19만 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가 1.58% 오르는 등 미국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같은 지표의 또 다른 면을 중시했다. 전년동월대비 3.3% 예상에 못 미친 3.2%에 머물렀다. 여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Fed)은행 총재와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Fed 총재가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엔화환율은 3일 뉴욕시장에서 111엔대를 겨우 유지한 111.09 엔으로 전일대비 0.38% 하락했다.

이같은 엔화강세가 단순히 달러약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냐, 아니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진 것이냐에 따라 원화환율의 방향은 정반대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대외변수뿐만 아니라 한국 자체 요인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주말 마감 직전의 ‘버저비터’ 환율에 대해 발끈하기보다는 기저의 요인들을 더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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