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 "산은, 박삼구 전 회장엔 면죄부 · 노동자엔 희생 강요"

▲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인력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 등 금호그룹 경영진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매각 몸값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은 7일 성명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사태는 경영진의 탐욕과 산업은행의 묵인이 불러온 참사"라며 "매각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희생을 강요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와 올해 갚아야 할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단기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해 매각사태가 촉발됐다.

영업현금흐름을 들여다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8년간 평균 6377억원을 벌어들인 내실있는 기업이었지만, 600%가 넘는 부채비율로 인해 주식거래가 일시 중단됐고 그 여파로 빅2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번 사태는 그룹 확장에 눈이 멀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고,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재인수하면서 엄청난 빚과 이자비용을 떠안긴 경영진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주채권은행으로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은커녕, 묵인하고 방조해온 산업은행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은행이 박삼구 전 금호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은 박삼구의 회장직 퇴임에 사의를 표했을 뿐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고, 오히려 구조조정과 경영권프리미엄을 통해 사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며 "그러자 박삼구는 그 동안의 구조조정으로도 모자라 마른 헝겊 쥐어짜듯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올리겠다고 나섰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이어 "경영진은 기재축소와 비수익노선 정리로도 모자라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신청을 강요했는데, 이는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정리해고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특히 비영리법인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소유해 박삼구 회장의 사익편취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KA와 KO등의 하청기업들의 매각과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의 원하청노동자들은 아시아나를 성장시키고 지켜온 일원으로서 마땅히 고용, 단체협약, 노동조합이 승계돼야 한다"며 "항공운영에 필수적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유의 하청기업들도 함께 일괄 매각되고 정상적인 구조로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2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포함된 금호의 자구계획안을 받아 들여 영구채 5000억원, 보증한도 3000억원, 신용한도 8000억원 등 총 1조 6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간사로 크레딧스위스(CS) 증권을 선정하고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