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달러도 관련... 그러나 막는다고 막아질 환율 상승인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원화환율이 2017년 1월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던 무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하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을 때다.

주식가격과 마찬가지로 환율 역시 학문적으로는 마르코프 체인의 성격을 갖는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전제가 없다면, 주식이나 외환시장에는 파려는 사람만 있거나 사려는 사람만 존재하게 된다. 시장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환율이 문 대통령 취임 전으로 돌아갔다”는 말은 확률과정에서 ‘공자님 말씀’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환율이 관계된 학문은 확률과정만이 아니다. 사회과학으로서 경제학, 그리고 정치학 등이 모두 관계돼 있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원화가치가 2017년 1월로 돌아갔다’는 말은 절대로 ‘공자님 말씀’이 아니다. 지난 2년4개월 동안 한반도에는 참 많은 정세변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6번째의 핵실험에 이르는 와중에 집권했다. 앞선 다른 핵보유국들과 같은 실험을 실시한 북한은 이후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더욱 주력했다. 이는 특히 미국이 위협을 느끼는 일이었다.

한반도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오다가 방향을 바꿨다는 뉴스가 가득하던 시절이 2017년 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취임한 후에도 분위기는 좀체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불렀고,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늙다리”라고 반격했다.

그러나 첨예한 대결국면이 한풀 지나갔다. 이는 원화환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1월19일 1182.1 원이었던 원화환율은 연말 1070.5 원으로 100원 넘게 내려갔다.

환율 하락에 경상수지 흑자,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 등 요인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환율에 반영되려면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 안정이 앞서야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제 대결이 아닌 평화무드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최초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2018년 4월3일 원화환율은 1054.2 원을 기록했다.
 

▲ 2018년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정세가 2017년 이전의 대결국면에서 벗어나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사진=뉴시스.


점점 절상되던 원화가치 흐름이 바뀐 것은 그해 6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발생하면서다. 원화환율은 다시 1100원을 넘었다. 2018년을 1115.7 원으로 마감했다.

새해 들어,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들이 거듭되고 있다. 크게 기대를 모았던 지난 3월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이후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체”로 표현되고 있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동안 뜸했던 일들로 느껴지지만, 2017년만 해도 일상처럼 여겨지던 것들이다.

그래도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완전히 2017년으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여러 가지를 계산한 제한적 행위로 풀이되고 있고, 미국 역시 제한적 반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에는 지정학적 정세 말고도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더 해 졌다.

한국의 저성장이다. 올해 1분기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2017년 4분기 이후 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성장엔진이 힘을 잃은 때문이었다.

지정학적 정세와 주요 수출품의 경기는 공통점이 있다.

때로는 한국만의 역량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

한반도 정세에 훈풍보다 찬바람이 강해지고, 주요 수출품 시장이 재고조정 주기에 들어갔다면 한국 경제로서는 잠시 몸을 낮추는 일이 불가피하다.

이런 것들은 원화환율의 상승으로 나타난다.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2017년 1월16일 이후 2년 3개월 23일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다시 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단기 직접요인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올 들어 급격히 저하된 서울 외환시장의 충격 흡수능력이 더 큰 관건이다.

환율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평생을 외환시장에 몸 담아온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다만 하나 현재 외환시장에 분명한 점이 있다.

대내외 불가피한 요인으로 인해 올라가는 환율이라면, 외환당국의 자존심이나 승벽만 무턱대고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파는 시장개입은 미국의 ‘환율조작’ 시비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방파제인 외환보유액을 축내는 일이다.

한반도 정세든, 경제성장이든 이 또한 시장의 환율이라는 가격에 반영될 요인들이다. 인위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국민소득 3만 달러’와의 관계다. 원화환율이 너무 오르면, 간신히 3만 달러를 넘은 국민소득이 다시 2만9900 달러쯤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특정한 국민소득 숫자를 지키려다 나라 경제 전체를 무너뜨린 1997년의 뼈아픈 사례가 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면, 바람이 거셀 때 잠시 고개를 숙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통상적’ 조정이 아닌, 방향 자체를 바꾸겠다는 오기는 절대 자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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