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상황 악화 속 달러의 주요 상대 통화들 동반 절상, 파운드마저 절상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9일(이하 미국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의 가치가 모두 절상됐다. 특히 안전통화를 대표하는 엔화의 절상 폭이 컸다. 엔-달러 환율은 110엔 선이 무너졌다. 미-중 대치, 중국 불안 가중 등이 주요국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시각 오후 4시13분 현재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는 1.1220 달러로 0.25% 절상됐다. 같은 시각 달러 대비 파운드의 가치는 1.3012 달러로 0.05% 상승했다. 달러 대비 유로, 파운드가 동반 절상되는 흐름을 보였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109.71엔으로 0.35%나 떨어졌다. 엔화환율이 연일 하락하더니 급기야 110엔 선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엔-달러 환율이 급락했다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급절상됐다는 의미다. 미-중 대치, 중국 경제 불안, 브렉시트 우려 등 글로벌 불안 상황이 심화되자 안전 통화인 엔화 매수에 돈이 몰린 결과다.

특히 CNBC는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이 시장에 불안감을 안겼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합의를 깼다”며 10일 0시를 기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9~10일 고위급 협상에서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도이체방크는 “강대강 대치중인 미-중 양측이 단기간에 물러설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양측의 합의 가능성은 10%정도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측은 연준(Fed)에 기준금리를 압박한 트럼프의 발언을 타협이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강경 태도로 돌아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4월 중국의 신규 대출이 10억2000만 위안으로 시장 예상치 12억 위안을 밑돈 것으로 나타난 것도 글로벌 시장을 불안케 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설사 미-중 양측이 무역협상을 타결 짓는다 해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다른 비관세 장벽을 갖고 싸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도 유리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이날 미국증시가 열리는 동안 일말의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난 것은 향후 환율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부터 이틀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중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의 아름다운 친서도 받았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과 통화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이에 CNBC는 "트럼프 발언 이후 시장 불안감이 다소 완화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발언 이후 달러 대비 유로, 파운드, 엔화의 절상 폭이 소폭씩 줄었다. 그럼에도 이날 달러는 동네북이었다.

영국에서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오는 23일 유럽의회 선거 전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비준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의 절상폭은 다를 통화들 대비 상대적으로 작았다. 영국 의회는 이미 3차례나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44로 0.16%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급락세를 보이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장중 유화적인 발언을 한 이후 낙폭을 줄였다. 주요국 환율 흐름은 이날 부터 이틀간 열릴 미-중 무역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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