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 환율 급등하고 주요 뉴스 뒤따르는 사례 거듭돼

▲ 원화환율이 약 6개월만에 10원 이상 상승한 9일 시중은행 딜링룸의 환율 전광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원화환율이 최근 급등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때마다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격화, 한국의 저성장 등에다가 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까지 겹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 들어 환율 급등과 이들 사안의 선후관계가 뒤바뀌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뉴스를 보고 환율이 급등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 급등 뒤에 이를 설명하는 듯이 해당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다. 지난달 24일 원화환율이 9.1원 상승하면서 마감됐다. 당일 이유로는 원화와 호주달러가치의 연동절하가 제시됐다. 이날 호주달러가치는 1% 가깝게 절하됐다. 이 정도 뉴스에 원화가치 역시 0.8% 절하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래도 이 날은 이것 말고 달리 설명할 만한 것이 없었다.

다음날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 한국은행은 1분기 중 GDP의 마이너스 0.3% 성장을 발표했다. 전날의 원화환율 급등 주요인은 호주달러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장에서 “GDP 발표를 앞두고 포지션을 정리한다”는 얘기가 떠돌았다고 하는데, 여기에 더 깊은 ‘행간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9일 원화환율은 10.4 원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협상을 깼다”고 발언한 여파로 해석됐다. 그런데 연일 급등을 거듭해 온 원화환율인데, 6개월만의 두 자릿수 상승을 더할 만한 이유인지 의문을 남겼다. 이날 금융시장이 마감된 후 북한은 이달 들어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북한 미사일의 영향을 아직은 크게 보지 않고 있다. 국내 딜러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발사까지 미리 감지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국내보다 더 많은 정보가 종합돼 반영되는 역외시장이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역외시장에서 먼저 환율이 변동하고 서울 외환시장이 뒤따르는 경우는 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이 오를 때다. 역외에서 먼저 환율이 하락하면서 서울시장에 영향을 줬다. 이어서 신용등급 상승이 발표됐다.

역외의 사전정보 입수뿐만 아니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일부 딜러들에게 마이너스 GDP 성장률 정보가 지나치게 정확하게 사전에 알려졌다는 의심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발표 전날의 환율 급등은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알고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식과 달리 원화환율의 하루 등락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 어차피 오르고 내릴 환율이 하루 더 빨리 변해서 손익에 영향 받는 건 딜러들이나 외환거래 기업들  뿐이다.

그러나 최근 외환시장은 뉴스에 나오는 것 이상의 정보가 돌아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등하게 제공되는 정보를 토대로 더 큰 정보를 얻어내는 탁월한 분석가가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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