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탓만 할 때 아냐...기획재정부, 위기 타파에 컨트롤 타워 역할 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1990년대에 기자는 오랫동안 경제부처를 출입했다. 서울의 한 종합일간지 경제부에 근무하면서 줄곧 금융당국 또는 경제부처를 드나들며 기사를 썼다. 한국의 경제가 요동치던 시기다. 당시 금융실명제가 실시됐고 부동산 실명제가 뒤따랐다. 전대미문의 국가 부도 위기도 경험했다. 1997년 외환위기다.

새삼 20년도 더 지난 일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 경제 당국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다.

최근 주요 언론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 간부회의에서 모처럼 언성을 높였다”는 기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기획재정부내 국장, 실장, 차관보, 차관 등 간부들에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일해 달라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경제가 몹시 어렵다. 1분기엔 역성장을 했다. 수출도 줄고 있다.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구직자들 사이에선 하반기 채용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원화환율도 요동치는 날이 많아졌다. 증시 변동성도 커졌다. 북한은 또다시 옛날 버릇을 하고 있다. 정치권은 심하게 다투고 있다. 일자리 절벽, 결혼 절벽, 출산 절벽 속에 미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기업 실적엔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외국계 투자기관도 등장했다. 원화환율 전망을 상향하는 외국계 투자기관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나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제 우두머리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좀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상황이다.

20여 년 전 기자가 당시 한국은행, 재무부(기획재정부 전신 중 하나), 재정경제원 또는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 전신) 등을 출입할 때도 경제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국가부도위기까지 겪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냈다. 국민이 힘을 모으고 주요 경제부처들이 굳건히 공조하며 외환위기를 극복해 냈다. 장관들도 정책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치면 기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교감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당시 금융감독당국 수장 중 한 분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다가 힘에 부치자 공정거래위원장과 공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재무부, 재정경제부 공무원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소위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만들어 수시로 기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 간부는 한 달 동안이나 밤새워 일하다가 당뇨병에 걸리는 일도 있었다.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콘트롤 타워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거 재무부, 경제기획원은 행정고시 우수 합격자들이 집결된 곳이었다. 그리고 이들 두 부처가 합해져 탄생한 재정경제원 또는 재정경제부는 그 후 기획재정부로 간판을 바꿔 달고 지금에 이르렀다. 기획재정부는 인재 집단이다. 막강한 힘도 갖고 있다. 세수를 책임지는 부처다. 예산을 다루는 부처다. 막강한 예산권을 갖고 있다 보니 기획재정부의 파워는 전 부처를 통틀어 가장 막강하다. 게다가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총리다. 경제컨트롤 타워를 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춘 부처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수시로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내야 한다. 다른 부처와 공조할 일이 있으면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가 기획재정부 간부들에게 경제살릴 대책을 촉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경제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주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경을 빨리 처리해 주면 경제활성화 정책을 수행하는 데 많은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가 공전할 때 하늘만 보고 있어선 안 된다. 추경타령만 해서도 안 된다. 국회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부실산업-부실기업 선제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도 그중 하나다. 각종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불공정 거래 퇴치도 국회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분야다.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도 진전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도 정부가 부단히 신경 써야 하는 분야다. 각종 연기금 개혁도 지속돼야 한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들과도 만나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부처들이 무기력해져선 안 된다. 과거에도 공무원의 ‘복지부동’ 문제가 불거진 적은 많았다. 이제 공무원이 잘 하려다가 실수하는 건 용서하는 관행도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의 감사 방식도 개선할 게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이제 기획재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각 경제부처와 공조해 위기 극복을 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언성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1990년대 우리의 경제 부처는 외환위기도 극복해 내는 힘을 발휘했다. 현 정부는 필요시 장관들에게 과감한 인사권을 줘서라도 공무원들을 일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의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말한다. 경제부처가 위기의식을 갖고 각 분야에서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경제 위기와 관련해 정치권이 남 탓 한다고 해서 정부까지 남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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