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5개월 동안 환율을 내리고 올린 주요 요인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경제의 어설픈 면만 접한 사람이 부주의하게 흔히 하는 말이 ‘경제는 심리’라는 얘기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지만, 경제의 극히 일부만 아는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구석이 많다.

경제를 대단히 어려운 걸로만 알았다가, 대충 한 두 가지 원칙을 알고 나니 ‘경제가 이렇게 쉬운 거였구나’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뜻하는 속어)’을 갖게 된다. 학자도 아닌데 미분적분 편미분 거시경제 미시경제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망상도 배경에 깔려있다.

그러나 경제는 크고 작음, 높고 낮음을 비교하는 숫자의 사회과학이다. ‘어디로’ 뿐만 아니라 ‘얼마나’를 함께 따져야 하는 학문이다.

원화환율을 대할 때도 이런 시각을 가져야 한다.

원화환율 급등이 무조건 한국 경제를 교란하려는 환투기꾼들 장난이니, 일단 막고 봐야한다는 관치만능 사상이 깊이 없는 경제관에서 비롯된다.

학자들은 환율에 대해 그 나라 화폐가 갖고 있는 구매력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국력을 환율 공부한 사람들답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원화환율이 1200원이라면, 1100원일 때 물건 12개를 살 수 있던 한국이 지금은 11개만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대충 해석할 수 있다. 원화의 유통총량과 여타 통화대비 미국달러가치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다.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국내외 은행들은 연구기관도 아닌데 자체적으로 무역, 거시경제 통계를 연구하면서 외환딜러들에게 중요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공부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 “소로스 때문에 환율 올라가는 거”라고 큰소리치는 건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면서 후배들한테 분위기 잡기나 좋은 얘기다.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13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중 1185원 가량을 기록했다. 이제 1200원 역시 단기 비현실적 수준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1200원대는 2017년 1월9일

원화환율이 가장 최근 1200원을 넘은 것은 2017년 1월9일의 1208.3 원이다. 이날 환율 급등원인은 전주말 발표된 미국의 임금 급등이었다. 원화환율은 이날 하루 동안 15.3원 올랐다. 그러나 다음날 13.7원 반락하면서 1200원 아래로 다시 내려가 지금까지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초 원화환율이 1200원 대를 유지했던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통령선거 당선이 큰 이유다. 미국의 지출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가 달러강세를 가져왔다.

미국의 경제호황에 대한 기대로 원화환율이 오를 때는 엔화환율도 동반상승한다.

원화환율은 2017년 10월이 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다. 사상 최장의 열흘 연휴를 마친 2017년 10월10일 하루에 10.3원 하락했다. 원화가치는 강세를 보였는데 외국인들은 한국 국채를 투매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이날 0.052%포인트의 큰 폭으로 올랐다. 이렇게 원화와 한국채권의 가치가 엇갈린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전망 때문이었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7년 초 1200원대를 기록한 이후 원화환율의 최저점은 2018년 4월3일 1054.2 원이다. 원화환율은 6월 중순까지 1100원 아래에 머물렀다.

수출이 잘되고, 미국 고용지표가 때에 따라 부진하게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독일 등에 대해 환율조작여부를 강하게 따지면서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때 원화환율을 낮게 유지한 최대 요인은 바로 ‘평양냉면 열풍’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 옥류관 평양냉면이 등장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유명한 평양냉면집마다 손님이 급증하는 호황을 누렸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최초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때의 평양 옥류관 평양냉면. /사진=뉴시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되자 원화환율은 1100원을 넘어갈 생각을 아예 잊은 듯 했다.

1100원대 원화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다시 가져왔다. 이해 Fed가 네 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원화환율은 1115.7 원에 한 해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3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한반도에 대한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키기보다는 뭔가 대단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요원하다는 현실을 알려줬다.

원화가치가 결정타를 맞은 건 이로부터 한 달 뒤다. 한국의 1분기 중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원화환율은 지난 10일까지 20일 동안 35.2원(3.08%) 뛰어올랐다.

원화환율의 중요한 급등락 때 단골로 등장하는 건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국 GDP, 미국 고용지표, 한국은행과 Fed 등이다.

원화환율이 오를 때 이를 두 가지로 구분하는 주요 기준은 엔화도 함께 오르느냐다. 대부분의 경우 원화환율이 오르면, 엔화환율은 하락한다. 국제 금융시장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져 신흥국통화인 원화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안전통화인 엔화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원화와 엔화환율이 함께 오른다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그냥 달러가 강세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Fed의 통화정책이 더욱 강하게 긴축적이 됐을 때 나타난다.

굵직한 등락요인들이 종합돼서 13일 현재 1185원에 육박해 1200원을 바라보는 원화환율을 만들고 있다.

환율 오를 거 같아서 수출해서 번 달러를 내놓지 않고 수중에 갖고 있는 기업을 “무분별하게 환투기를 한다”고 탓하기도 어렵다. 요즘 들어서는 벌어들이는 달러도 전같지 않다고 한다.

한국의 구매력이 1달러당 1200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급등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은 ‘브랜드 한국’에 대한 가치상승 전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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