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일본 소녀대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격세지감'

▲ 걸그룹 트와이스는 세 명의 일본인, 한 명의 대만인 가수를 포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요즘 전 세계적으로 ‘걸그룹’하면 한국이다. K팝이 워낙 인기를 끌면서 특히 소녀들이 활기찬 율동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은 전 세계 어린 여성들의 선망대상이 되고 있다. 피부색 언어는 전혀 달라도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친구와 함께 짝을 이뤄 열심히 춤을 추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재능 있다는 얘기만 들으면, 한국에 와서 노래와 춤을 배워 데뷔하고 싶다는 소녀는 오늘 현재 전 세계에 수 억 명에 이를 듯하다.

이 또한 장년층 이상 한국인들에게는 ‘격세지감’을 갖게 한다.

한국에도 1970년대까지 ‘OO 시스터즈’라는 이름의 여성 가수그룹은 많았다. 그러나 이런 성인 여성들과 전혀 분위기가 다른 소녀 가수들을 처음 보게 된 것이 1986년 일본의 소녀대다.

외국에서는 저렇게 어린 여자아이들이 가수를 한다는 모습에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이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한 ‘코리아’라는 노래도 불렀다.

이 때를 돌이켜보면, 오늘날과 같은 한국의 걸그룹이 세계적 인기를 얻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걸그룹이 있어도 그건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 가수들일 것으로 여겼다.

로이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17세 일본인 소녀인 하스미 유카와 19세 니츠 나오는 K팝 스타가 되는 꿈을 안고 서울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K팝의 인기를 찾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K팝 세계의 중심인 한국으로 오고 있다”며 “업계 전문가는 한국에서 스타가 되기를 원하는 K팝 지망생이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들 대부분이 한국사람들이지만 점점 더 많은 지망생들이 일본에서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스미는 한국의 K팝 스타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 다니는 것을 미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니츠는 대학 1학년이다.

하스미는 이 선택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을 할 여유, 프라이버시를 크게 희생해야 하고 남자친구를 갖는 것도 포기해야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서울의 한 훈련기관에 등록해 노래와 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런 기관에서 맹렬한 훈련을 받은 지망생 가운데 극히 일부만 연예기획사의 선택을 받게 된다.

하스미가 수련 받는 기관은 연간 500 여명의 일본인 지망생을 받고 있다. 수련비는 월 3000 달러(약 357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숙소비용이 포함된다.

아이돌그룹에 외국인이 포함돼 있으면 이들의 고국에서 특별한 인기를 얻기도 한다. 로이터는 세 명의 일본인이 활약 중인 트와이스가 일본에서 방탄소년단 바로 다음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경색돼 있다는 건 두 나라의 K팝 팬들에게는 전혀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발언을 일삼지만 이를 ‘자기 당선을 위한 과잉언행’으로 보는 경향도 강하다.

86 아시안게임 때의 일본 소녀대를 기억하는 한국인들로서는 문화세계 역시 영원한 것은 없음을 절감한다.

어떻든 현재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K팝 문화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곳으로 공인됐음이 분명하다. 노래하며 춤추는 아이돌 가수들을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이들 젊은이들의 땀이 더 많은 문화적·경제적 부가가치로 결실 맺도록 관리하는 한국의 K팝 관계자들은 예전의 일본 소녀대를 거울 삼아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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