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또 하나 성장엔진을 잃을 수는 없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순전히 어린 조카들만의 힘으로 방송국 두 개를 세우고 10개에 가까운 대기업이 일제히 동참하도록 이끌었던 것이 스타크래프트다. 이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의 기적은 2012년 인위적으로 중단되는 운명을 맞았다.

협회를 비롯한 ‘어른들의 부주의한 관리’가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키면서 퇴장을 앞당긴 면이 있지만, 2년 전에 터진 승부조작 사건의 영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이른바 ‘본좌’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당대 에이스였던 선수까지 가담한 승부조작 사건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케이블방송을 넘어 간간이 공중파에도 등장하려던 무렵이었다.

이 사건 당시 연루된 선수들의 연령은 20대 초반이지만, 이들이 연습생으로 스타크래프트 훈련에 전념한 것은 10대부터다. 합숙소에서 맹렬한 연습으로 시간을 보내며 이 또래 정상적인 어울림의 공간에서 상당히 격리된 시간을 보냈다.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 취재현장에서는 어린 나이에 프로세계에 뛰어들고, 연예계와 같은 기획사의 꼼꼼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비교적 무난하게 ‘공인의 처신’을 한다고 여겼었다. 가끔 방송에서 비속어를 쓰는 일은 있었다. 이를 지적하는 칼럼을 썼다가 그 선수의 팬들이 석 달 가까이 기자의 모든 기사를 찾아다니며 격렬하게 비난을 하는 경험도 했지만, 이 정도 우여곡절이 더 큰 위기를 예방하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이 세계 그 어떤 어른도 승부조작이 팬들의 신뢰를 얼마나 저버리는 것인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피트 로즈가 왜 MLB가 아닌 프로레슬링 WWE의 명예의 전당에만 헌액됐는지, 그 사실은 모르더라도 여기서 비롯된 교훈이 얼마나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지 깨닫기에는 10대는 아직 어린 나이였던 것이다.

‘스타’들이 너무나 어려 아직 공인의 가치관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문제는 현재 다른 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중문화계다.

경제가 부진한 한국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직 ‘매출액’ 차원의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매우 귀중한 분야다. 현재 명성을 발판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성장엔진도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연예스타들의 도덕성이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
 

▲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14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대중문화언론인 버라이어티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은 업계 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버라이어티가 집중 언급한 것은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 사건이다.

미국에서도 나이 고하를 떠나 연예인들의 추문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승리 사건에는 마약, 성매매, 도촬, 경찰매수, 횡령, 탈세 의혹이 종합됐다고 버라이어티는 강조했다.

철없는 일부가 저지른 일탈행위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연예산업계에 기본적 도덕의식조차 심각하게 결핍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간에는 아무리 어려도 이런 것은 알만한데 한국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는 질문을 던지는 듯도 하다.

잘 나갈수록 모든 사람의 질시를 받게 마련인데, 보편적 상식을 집단적으로 유린한 이런 사건이 한국의 K팝, 한류산업의 브랜드를 실추시킬 걱정을 해야 마땅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심포지엄에서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10대부터 인간관계를 단절한 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20대의 연습생에 비해 정서적으로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문화계의 속성은 스타가 20대가 돼서야 등장하도록 기다리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린 연예인들의 공인의식에 관한 한 나이는 10대여도 정신적으로 ‘애늙은이’를 빨리 만들어주는 대중문화계의 교육체계를 만들 필요도 있다.

지금은 이미 어린 나이에 인터넷 등을 통해 웬만한 어른들의 정보를 다 얻고 있는 세상이다.

어른들 앞에서 귀여운 척하는 애들이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어른세계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이런 하나하나 일들에 대해 자기들 세계만의 기준으로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

아이들만의 판단에서는 규율을 어겼을 때 이 사회가 혹독한 응징을 하는 장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를 제대로 알려주려면, 때로는 어른이 아이를 대하는 자상한 말투를 벗어던져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이는 비록 열다섯 아래여도 이미 세계적인 사회현상을 만들고 있는 문화적 성인이기도 하다. 공공의 약속을 어길 때 반드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이치를 어른의 언어로 아주 이른 나이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일벌백계’는 매우 중요한 예방수단이기도 하다.

다만, 이같은 가르침은 꼭 필요한 것,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말라는 위주여야만 한다. 이것저것 갖다붙이는 어른 습성이 또 발동하면 ‘꼰대질’이란 외면만 받을 것이다. 이런 얘기만 나오면, 자기만의 관념속에 보관된 모든 도덕책이나 신앙서적을 꺼내는 사람도 있어서 하는 얘기다.

나이 어린 공인들의 기본 가치관 확립은 성장엔진이 갈수록 없어진다는 한국 경제여서 더욱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알고 보니 한류스타들이란 인간의 기본자질도 못 배웠다”는 비난으로 그나마 새롭게 얻은 우리만의 전 세계 최고 분야를 잃을 수는 없다.

이미 외신에서는 이번 일이 해도해도 너무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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