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는 시장개입보다 더 중요한 본분이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원화환율은 이제 1195원을 넘어 1200원 직전에 이르렀다.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195.7 원에 마감됐다.

요즘 분위기로는 외환시장의 딜러 누구든 한 발만 앞으로 쭉 뻗으면 원화환율이 2017년 1월9일 이후 28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갈 듯하다.

서울 외환시장이 20일 개장했을 때 우선 참고가 될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1200원 직전 한 숨 돌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월요일 출근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대단히 마음에 안 든다는 트윗을 한 줄만 올려도 한국 금융시장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환율이 급등락할 때마다 섣불리 ‘해결사’ 노릇하는 사람들은 당국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을 무모하다고 비판하는 한 편, 또 어떤 사람은 “당국은 개입도 안하고 뭐하냐”고 질책한다.

또 어떤 사람은 실무자는 개입 안한다 해놓고 왜 장관이 환율에 우려를 표명해 ‘손발이 안 맞느냐’고 불평한다.

그런데 이런 앞뒤가 안 맞는 개입태도가 사실 가장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당국의 시장개입은 가장 현명한 방법이 있다.

개입한다고 엄포를 하면서 실제로는 안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양치기 소년’밖에 더 되냐고 반박을 하는 건, 외환시장을 들여다본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노파심이다.

일단 당국이 환율급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자체가 실질 효과가 있다. 환율이 아무리 올라도 ‘수출 잘되니 당국이 내버려둘 것’이라는 추측이 확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환율 급등이 너무나 급격해 자국통화 가치 방어 등을 이유로 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한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행뿐만 아니라 단일통화로 통합되기 이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간간이 자국통화 환율에 정책적 희망사항을 반영시켰다. 이들 국가의 외환시장은 한국과 달리 24시간 내내 전 세계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 차례 개입규모는 한국 당국의 15배를 넘을 정도로 막대했다.

외환당국 시장개입이 제대로 이뤄지면 일거에 시장분위기를 장악하게 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아껴 둔 카드의 소진’이다. 일단 오늘은 낮춰놨는데 내일 또 오르면 그건 어떻게 대응할 건가.

원화환율이 오르는 것이 경제기초상황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판단해 대책 없이 개입을 지속한 것이 1996년이다. ‘감히 시장이 당국을 시험한다’는 정책적 승벽이 이해 6월 이후 끊임없는 달러 매도 개입을 가져왔다. 다음해 외환보유액이 고갈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IMF 위기’를 맞았다.

구두개입이든 실제 개입이든 개입의 큰 효과는 무작정 분위기에 휩쓸려가는 ‘쏠림’의 차단이다.

주식이든 환율이든 한번 오르면 계속 오를 것 같고, 한번 내리면 계속 내릴 것 같은 심리를 초래한다. 외환시장은 주식과 달라 전문 딜러들만 참여하고 있어도 이런 ‘인지상정(?)’이 전혀 없지 않다.

수출해서 받은 달러를 팔아서 직원들 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원화환율이 계속 오를 것 같아서 쥐고 있었다. 그런데 당국이 마감 직전 개입을 해 원화환율이 크게 하락했다. 외환시장의 실수요를 제공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외환담당자들 자체의 능력으로 향후의 환율방향을 내다보고 있다면, 당국의 호통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최적의 헷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달러를 사야했는데 당국 엄포 때문에 무서워서 못 샀다는 불평은 외환딜러의 입에서 나올만한 것이 못된다.

따라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부총리 따로, 담당국장 따로 발언이 나왔다면 그건 한국의 외환당국자들이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해줄 여지가 더 많다.

세상 어느 나라가 외환시장 개입을 성명서 발표하듯 하나.

그런데 국민들은 기획재정부에 ‘훌륭한 개입정책’말고 더 중요한 것을 바란다. 원화가치의 안정이다.

한국의 대외구매력을 상징하는 원화가치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걸 해결하는 것이 ‘절묘한 환율개입’보다 더욱 중요한 재무관료들의 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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