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15년이 지나고도 정착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사외이사 제도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아 기업의 장식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 제도의 원산지격인 미국에서도 사외이사 제도에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은 터다.

경영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데다 회사업무 처리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외부인사가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어 대주주의 독단경영을 차단하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제 역할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경영진과 특별한 관계에 있거나 전문지식 부족으로 경영진에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또 회사측도 국세청 검찰 공정위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관련 정보를 얻거나 로비스트, 기업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올 상반기 현재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중 검찰 등 이들 3대 권력기관 출신이 17%나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 장관 금감원 감사원 관세청 군인 경찰 국회의원 공무원출신을 포함하면 절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13년 대기업그룹 지배구조 현황정보분석자료’는 사외이사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1년간 이사회에 올라온 안전 6720건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대로 처리되지 않은 안건은 0.37%인 25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도의 36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원안을 수정 통과시킨 것을 제외하고 부결시킨 안건은 0.07%에 그쳤다.

상장사 이사회내 사외이사 비중은 지난 2010년 46.3%에서 올해에는 48.7%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사외이사는 상법상 전체 이사의 25% 이상(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3명 이상, 과반수)을 두도록 돼있는데 KT&G의 경우 비중이 85.7%로 가장 높다.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20기업 집단은 법상 최소기준에 맞추어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율은 91.1%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사외이사들이 거의 대부분 이사회에 열심히 참석하는데도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에 반대나 수정의견이 미미한 것은 이들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거수기‘역할만 했거나 아니면 안건 내용을 판단할만한 전문지식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외이사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경영진이 맘대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도록 상법에 명시된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더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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