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안진·삼정, 제일모직 위해 삼바 가치 과대평가"
이재용 등 총수일가 2조 9천억 이득 추산, 배임 혐의 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그룹 내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조작으로 3조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재추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한겨레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2015년 5월 작성(평가 기준일 2014년 12월31일)된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내용을 보도하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이 해당 보고서들을 공개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안진회계법인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삼성물산의 가치평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제일모직의 가치평가만 보정해도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69(삼정)~1대 0.70(안진)까지 상승해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할 수 있는 분기점인 1대 0.5를 크게 상회한다"며 "그럼에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대 0.35로 부당하게 합병함으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의 규모는 약 2조 9400억원(2조~3조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안진과 삼정 보고서는 삼바의 지분가치 평가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직전 일정 시기에 발간된 여러 증권회사의 가치평가 리포트의 평균을 내 산출했다.

특히 ▲바이오젠이 삼바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 부채의 누락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부의 가치 과대평가 ▲업무용 자산으로 분류됐던 에버랜드 보유 토지에 대한 부당한 가치평가 등을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린 의혹을 받고 있다고 참여연대는 설명했다.

또한 영업규모나 이익규모의 측면에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훨씬 능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를 제일모직보다 낮게 평가하는 등 삼성물산의 가치를 부당하게 축소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참여연대는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그간 언론에서 제기된 제일모직 가치평가의 문제점을 보정해 새로운 적정 합병비율을 다시 추정하고, 이에 따른 국민연금 및 이재용 총수일가의 손익 변화를 분석했다.

이 단체는 우선 비상장 주식을 가치평가하면서 증권회사 리포트를 평균하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일뿐만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의 편의(bias)를 가진 평가방식임을 지적했다. 제일모직의 삼바 지분율(46.3%)은 삼성물산의 지분율(4.9%)보다 크기 때문에 삼바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제일모직에 유리하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삼성물산 측 회계법인인 안진이 아무런 도출과정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삼정(제일모직 측 회계법인)의 평균치인 5조 6000억원 보다 더 큰 수치인 6조원을 증권회사 리포트의 평균치로 제시한 점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안진이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삼바 지분 가치평가시 순자산 가치 방식을 채택했다면, 제일모직의 삼바 지분(46.3%)의 가치는 지분법상 장부가액(2016년 3월말 기준)인 3440억원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안진과 삼정의 보고서를 보면 증권회사의 삼바 지분가치는 근거가 없거나 2~3년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셀트리온 시가총액 그대로 활용하고,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황당한 추정 등 매우 부실한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며 "특히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삼바의 부채라는 점에서 삼바 지분가치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기망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러한 주장에 기초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 수치를 제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가치평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제일모직의 가치평가만 보정할 경우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69(삼정)~1대 0.70(안진)까지 상승한다. 여기에 증권회사 리포트의 평균치 대신 보수적 평가기준인 삼바 지분의 순자산 가치로 변경할 경우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88로 대폭 상승하게 된다.

참여연대는 또 "삼성물산의 과소평가를 추가로 보정한 경우 안진의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94(증권회사 리포트 평균 기준)~1대 1.18 (순자산 가치 기준)로 추가 상향된다"면서 "이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제시했던 1대 1.21에 근접한 수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 0.35로 합병됐다는 게 참여연대의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조작 등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삼바 지분가치 산정시 고의로 콜옵션 부채를 누락하고 신수종 사업을 포함시켜 약 1조 1000억원, 증권사 평균치 가치 조작 및 에버랜드 유휴토지 가치 조작, 삼바 지분의 할인율 및 법인세 효과 미반영 등으로 9000억원, 삼성물산의 가치 저평가로 9000억원 등 총 2조 9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이 단체는 "삼바는 의도적으로 콜옵션 부채를 누락했을 뿐만 아니라 분식 장부를 활용해 은행 대출을 받고,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함으로써 채권자와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재산상의 손실을 야기한 만큼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삼성물산의 경영진 및 사실상의 이사인 이재용 부회장도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와 관련 회계법인 등은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그간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다만 최근 검찰 수사에서 삼성바이오 관련 증거 인멸 의혹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연대가 또다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 분식회계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 등 삼성 측과 관련 회계법인들이 참여연대 등의 이같은 추가 공세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가 주목받게 됐다.  재판이 끝날 때 까지는 이같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 관련 공세는 의혹 상태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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