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전 세계가 미국과의 모든 약속을 못 믿는 상황이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난 주말에 이르러 한국 금융시장이 한동안 잃었던 모습을 잠시 보였다. 전 세계가 뒤흔들린 것에 비해서는 한국이 비교적 선방을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히면서 엔화환율은 아시아시장에서 108엔대로 급락했다. 엔화환율이 0.74%나 내려가는 동안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화환율 상승폭은 0.18%에 그쳤다. 니케이225 지수는 1.63% 급락했는데 코스피는 0.14% 올랐다.

한국의 지난 1분기 중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발표되기 하루 전부터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게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하락했다. 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관한 소식이 이런 현상을 가져왔다.

그에 반해 지난달 31일의 멕시코 충격에는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거뜬하게 견디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한국에도 바로 영향을 주고 전 세계 경제상황으로도 직결되는 것이고, 미국과 멕시코 갈등은 북미일대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파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뉴욕증시 3대지수가 모두 1.4% 안팎으로 급락한 것은 3일 서울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다.

멕시코가 멕시코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문제가 된다면, 한국 금융시장은 그저 남보다 매를 하루 늦게 맞는 것일 수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미국이 스스로 만든 합의도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에 합의했다. NAFTA 만큼은 이제 걱정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시점에서 멕시코로부터의 불법이민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CNBC는 이런 미국의 태도가 중국과의 무역 갈등 해소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갑자기 합의를 취소하는 미국의 모습에서 중국이 과연 현재의 협상을 지속할 필요를 느끼겠냐는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것들이 순식간에 취소될지도 모르는 우려를 하게 됐다.

한국의 원화는 아직 서울 외환시장에서만 현물거래가 이뤄진다. 뉴욕에서는 선물환에 대해 그것도 차익결제로 거래된다. 한국관련 뉴스, 그리고 한국에 영향을 주는 국제뉴스만 원화환율을 올리고 내린다.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다툼이 북미 두 나라 사이 현안에 그치면 이 때문에 원화환율이 오르거나 코스피가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주말동안 제기되는 우려는 그 이상이다.

전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을 이루는 미국이 약속을 너무 쉽게 저버리고 있다는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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