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언론은 삼성에 비판적인 곳도 자제하는 금도가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ABC의 4일자 기사는 "무역전쟁의 위험이 높아지자 삼성은 투자를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으로서나 한국 경제 전체로 의미가 깊은 기사다. ABC는 관련 사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을 게재했다. 그런데 기사의 초점을 흐릴 수 있는 사진이다.

사진 설명을 읽지 않고 이 부회장의 얼굴만 봐도 그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던 1년4개월 전 사진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이마에 피부질환의 흔적을 갖고 있었다. 사진은 AP가 제공한 것이다.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진이다. 이렇게 사진이 엉뚱한 것이 실리면 독자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달 16일 기사는 사법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압수수색에 관한 것이다. 이 기사에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 사진은 포승에 묶여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제공한 이 사진 또한 2018년 2월 석방 전의 것이다. ABC 기사에 비하면 기사내용과는 ‘처삼촌의 6촌 동생’ 정도 관련은 있는 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만난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만난 모습. /사진=뉴시스.

대부분 국내언론은 아무리 삼성에 비판적인 곳이라 해도 지금은 내용이 아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한 포승에 묶인 사진이나 누가 봐도 고초를 겪을 때 얼굴 특징을 담고 있는 사진은 쓰지 않고 있다.

이런 국내 언론의 금도를 외신이 공유해야 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지금도 간간이 수감 당시 사진이 외신에는 등장한다.

이들 외신이 무조건 이재용 부회장이 고초를 겪는 모습만 내보내려고 저런 사진을 선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갖고 있는 사진 중에 지금도 2018년 2월의 사진이 가장 눈길 가는 것이거나 빠른 검색을 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ABC의 기사처럼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의 발전적인 기사에도 실질적 총수의 수감 당시 사진이 쓰이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그런 사진을 골라 쓰더라도 자체 편집기준을 내세울 테니 뭐라고 비판할 여지가 별로 없다.

총수 사진은 기업브랜드와 관련이 깊은 것인데, 외신의 이런 무신경이 안타까운 일이다.

이걸 개선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새롭게 더 잘 쓰일 사진이 나오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외신기자회견이나 소박한 ‘티 브레이크’ 같은 행사다.

외신을 통해 이 부회장이 알려진 것은 2014년 블룸버그 기사 이후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이 기사에서 블룸버그는 그가 제품 품질이 마음에 안들면 직접 질책을 하기보다 경쟁사 제품으로 집무실을 가득 채우는 성격을 가졌다고 소개했었다.

미디어를 직접 접촉하는 계기가 거의 없다보니 외신들이 빨리 사진을 찾는데 등장하는 건 16개월이나 지난 시절 것들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이름표기는 바뀌었다. "제이 리(Jay Lee)"에서 "이재용(Lee Jae-yong)"으로 바뀐 것이다. 외신은 일본인의 경우 서양식으로 이름부터 쓰고 성을 나중에 쓰지만,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해서는 성 다음에 이름의 고유순서를 지켜서 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실질적 총수의 역할을 맡았지만, 정식 총수처럼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모습은 자제하는 듯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총수를 의미하는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불공정경쟁행위를 단속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재벌 회장의 지위를 공식화시켜주는 또 다른 면도 있다.

실질적 총수로 5년째에 접어들면, 그의 인격을 세계 시장에 좀 더 밀접하게 알릴 필요도 있다. 너무 회장을 모시는 아들의 본분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서 최고경영자로서 꼭 필요한 일은 할 필요가 있다.

굳이 사진하나 때문에 하는 얘기도 아니다.

아울러 이 부회장 관련 대외 소통을 보좌하는 참모들도 제대로 된 사진이 나가도록 분발할 필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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