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의 협상은 왜 어려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들은 모두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무역전쟁에 관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세는 말 그대로 ‘무차별’의 형태를 보인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멕시코와 중국 등을 상대로 갈 데까지 다 가보자는 식의 공격을 퍼붓다가도 어느 날 저녁 그의 트위터에는 ‘그들은 나의 친구’라는 덕담이 올라온다.

그의 공세가 이같은 ‘높은 산과 골짜기’ 형태를 갖고 있는 때문으로 멕시코페소환율은 현재 1달러당 19.2 페소로 20달러에 못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기 전인 2016년 6월말에는 18.36 달러 정도였다. 당선 직후 분위기로만 본다면 지금쯤 페소환율은 못해도 25달러는 될 듯 했었다. 그러나 실제의 현실은 여러 가지 일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다지 일방적인 급등은 보이지 않았다. 멕시코가 뉴스 초점이 되면 급등하다가 다른 뉴스에 덮이면 조금씩 반락하는 일들이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하나의 상대에게 승부가 날 때까지 퍼붓는 형태가 아니다. 느닷없이 새로운 대상을 정해서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다. 새로운 공격대상은 전혀 사전조짐도 없이 280자 트위터 한 줄로 기습공격을 받는다.

생각나는 데로 아무나 다 공격하는 것 같아도 잘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

최근 멕시코와의 장벽과 관세에 관한 공방을 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뒤로 밀어놓을 정도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더니 돌연 주말인 지난 7일(현지시간) 타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멕시코가 이미 하기로 약속했던 것들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9일 트위터를 통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의 또 다른 가짜뉴스"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지는 트윗에서 "언제든 대단히 이익이 남는 관세를 다시 적용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폭스뉴스는 "타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이익 나는’ 새로운 관세 우려를 되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는 친 트럼프 언론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시하는 성과를 비판적 언론이 평가절하하자 그의 새로운 발언에 또 다른 공격의 소지를 안고 있는 단어가 포함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 성향의 언론이 확성기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이 쪽에서 일부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그 효과를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 과시할 수 있어야 더 이상의 확전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내 여론이 이를 평가 절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적 언론에 대해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만간 새로운 공세를 펼침으로써 앞서서 ‘미진했던’ 것을 만회하는 이상의 효과를 노리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내준 것 이상으로 ‘내는 죽었십니다’라는 투의 납작 엎드리는 자세가 실익에는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협상에서 우리가 큰 이익을 봤다"고 자랑을 할 수 있어야 그는 다음 대상으로 목표를 옮겨간다. 그에게 비판적인 미국 내 언론도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다.

다만 이런 상황을 미국이 아닌 국내 여론이 얼마나 이해해 줄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협상 상대 역시 저마다 국내 정치의 부담을 트럼프 대통령 이상으로 안고 있다. 이것이 강온 카드를 적절히 구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하는 데 있어서, 국내 선거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강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철권통치를 하는 지도자가 아니라면, 조금만 양보를 하거나 극한 대결을 감수해도 자국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 쉽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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