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자체 판단으로 인하할 일도 '금리 간섭'으로 변질 시킬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 참석한 자리에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통화완화의 지속이 포함됐다.

이번 발언은 전 세계 주요 거시경제 당국자들의 회의에서 견해를 밝힌 것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요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사 제목만 보면, 경제부총리가 또 통화정책에 간섭을 하느냐는 의구심이 다시 커지기 딱 좋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한국은행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긴축정책으로 특히 신흥국시장을 괴롭게 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강조도 포함된 것이다.

이번 발언이야 그렇다 해도, 어떻든 경제부총리의 기준금리 발언은 절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부총리한테 경제상황을 개선할 아무 대책이 없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부총리로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나오는 타개책이 없으니 중앙은행 발권력에나 간섭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금융시장 자체적으로 제기되는 금리인하의 당위성을 정부의 통화정책 간섭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 한은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면 정부와 금융시장이 비난하고, 내리면 기자들이 비판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이 확고하지 않은 마당에, 언론인들이 철저한 중립을 지키는 것 역시 사실은 중립이 아니라 완화에 편중되는 것이란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금은 기자들 또한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기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전에 없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인사가 나서서 금리인하 발언을 하면, 역시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얼마나 취약한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스스로 냉철한 판단에 따라 시장의 상황을 판단해 현명하게 금리를 인하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면,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모든 공무원들은 기준금리에 대해 입을 꾹 다무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도 뭔가 아랫배에서부터 시작해서 목구멍으로 넘어오려는 것이 있다면, 허벅지를 피멍들게 쥐어뜯어서라도 말을 다시 뱃속으로 삼키는 것만이 올바른 길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G20 발언을 다시 국내용으로 전환해서 계속 이어나가지 말아야 건전한 금리인하도 가능할 것이기에 덧붙이는 얘기다. 그는 이미 금리에 대해 몇 차례 한계선을 넘나든 적이 있다.

홍 부총리는 취임 때 오랜 관료경험에서 정책통으로 명성을 높였고 노무현 박근혜 정부 등 정권을 가리지 않고 신임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책이 없어서 남의 기관 정책이나 간섭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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