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어려운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인격이 나타난다.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건 비굴한 사람의 전형적 모습이다. 강한 자 앞에서 약해지는 건 사실 대부분 사람들의 인지상정이긴 하다.

그러나 약한 자나 지금 곤경에 처한 사람 앞에서 강해지는 충동을 억제 못하는 건 이보다 더 심각한 인격적 결함이다.

중국 화웨이는 한동안 기세등등하게 약진해 올해 연말 세계 최대 스마트폰 기업이 되겠다고 큰소리 쳤었다. 그러나 화웨이 최고경영진 가운데 한 사람은 11일 이같은 목표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가 꿈 꿨던 모든 포부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가 올해 25% 감소하면서 중국 아닌 해외에서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사람들 관점에서는 그동안 화웨이의 삼성전자 추격,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보복 등이 겹쳐 이처럼 풀이 죽은 화웨이에 "쌤통이다"라는 심정이 들기 쉽다. 이 또한 인지상정의 하나다.

런 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AP, 뉴시스.
런 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AP, 뉴시스.

더욱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대국의 풍모’보다 패권적 행태를 보이는 일이 빈발해 반감이 커진 마당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곤경에 빠진 상대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경쟁자들이 반대급부로 이익을 얻는 것을 스스로 마다할 정도로 바보 같은 선택을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의 고통에서 악착같이 더 이익을 뽑아내려는 태도는 역사적으로도 별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의도적으로 미국 당국자들의 반(反)중·반(反)화웨이 정서를 부추기거나 이 참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하도록 로비하는 등의 행태는 참으로 소탐대실이다.

적절한 방법만 있다면, 고난을 겪는 경쟁자가 다소나마 고통을 덜 수 있는 도움을 주기에는 오히려 이럴 때가 제격이다.

냉정한 기업세계는 전혀 인정으로 사는 곳이 아니고, 또 화웨이를 이끄는 사람들의 심성이 어디까지 고마움을 알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정상적 시장으로 돌아올 중국에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인상적으로 남겨줄 수 있는 건 지금처럼 중국의 주요 기업이 궁지에 몰렸을 때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 밉살스런 감정만 쌓인 사람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 성가신 상대는 기회가 왔을 때 밀어내야지"하겠지만 이런 건 포장마차에서나 꺼낼 객쩍은 소리다. 저녁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이런 소리를  할 수는 있어도 낮에 국가나 기업을 경영하는 일선에 섰을 때는 맑은 정신으로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 선택을 해야 된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아무리 심각해져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경쟁자들을 영원히 밀어내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전멸시키지도 못할 거면서 ‘덩달아 괴롭힌 시누이’의 미운 털만 깊게 남길 일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금 화웨이를 공격하는 사람이 두고두고 화웨이나 중국만 때린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의 목표가 화웨이를 파산시키자는 것도 아니다.

무역 갈등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공격이 미국 내 정치와 상당히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 감정보다 미국 유권자들의 호불호를 따지는 능력에 있어서는 탁월한 사람임을 드러내고 있다. 인기가 올라가는 길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밤중에도 280자 트윗을 통해 전 세계 그 누구에게도 갑작스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정치적 수요만 생긴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격이 언제든 한국과 한국 기업들을 향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그 때야 말로 어려웠을 때 나한테 도움을 받은 친구가 더욱 필요하다. 혹시라도 그런 친구를 덩달아 괴롭혔던 기억이 떠오른다면, 난국의 와중에 때늦은 후회에 파묻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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